제이슨 솅커, 《금융의 미래》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감염병의 역사나 바이러스에 관한 책과 함께 이 팬데믹이 일으킬 사회의 변화에 대한 책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띠는 저자 중 한 사람이 바로 제이슨 솅커다. 경제학자라기보다는 경제에 관한 전문가로서, 이제는 미래학자로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코로나19 이후 낸 책으로 국내에 이미 《코로나 이후의 세계》와 《코로나 이후 불황을 이기는 커리어 전략》가 번역되어 나왔는데, 이번에는 《금융의 미래》다(열심히 쓰기도 하고, 또 열심히 번역도 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의 전공 분야로 좀더 집중했다는 의미다.
여기서 그가 금융이 어떤 미래를 가질 것인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꼭 짚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불확실한 환경에서 어떤 것을 더 깊게 봐야 하고, 어떤 것에 유의해야 하며, 어떤 자세를 가지고 금융을 대해야 하는지를 간략하게, 그러나 명료하게 짚어내고 있다. 그가 하고 있는 얘기의 핵심은 책 앞쪽과 뒤쪽에 한 페이지에 한두 문장씩 인용해 놓은 문구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핵심적인 것을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금융은 기술의 중심에 있다. 신기술과 최첨단 기술이 빠르게 확대될 때 트렌드를 익혀라.”
- 여기서 ‘기술의 중심’이라는 것은, 금융 기술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러 기술들, 예를 들어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사이버보안, 빅데이터, 로보어드바이저와 같은 것들에 금융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얘기다. 이것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금융의 미래에서 자신은 제외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블록체인, 암호 화폐의 보이지 않는 위험성을 자각하라. 규제 그 이상일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신이 아니다. 투자의 결과는 자신이 몫이다.”
“인공지능이라는 양날의 검 위에 서지 마라. 당신의 안전은 보장받지 못한다.”
- 사실 새로운 기술들은 ‘양날의 검’이다. 솅커는 그 기술들이 금융의 미래를 바꾸겠지만, 그 미래가 ‘모두에게’ 긍정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런 기술들에 의존하게 될수록 그 책임은 개인에게 돌아가는 상황이 온다는 것을 맥락 속에서 읽을 수 있다.
솅커는 이러한 금융의 미래를 좌우할 기술들에 대한 소개하면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 그와 더불어 길게 논의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보편적 기본 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관한 논의가 있지만,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솅커는 일단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보편적 기본소득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한 후, 이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공짜로 주는 돈’이라고 규정한 후, 이 공짜에 물들면 노동의 가치도 하락하고, 삶의 가치도 하락하며, 자본주의 사회가 붕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탐스러워 보이는 기본소득에서 눈을 떼자. 인플레이션, 세금 부담, 사회 분열이 그 뒤에 숨어 있다.”). 그러나 다른 부분과는 달리 이에 관해서는 다소 감정적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가 있다. 이를테면 보편적 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하는 것은, 사회보장의 차원이라기보다는 미래의 사회구조에 대한 대응인 측면이 많은데도 중세나 20세기 초반의 독일과 같은 과거에 그런 것이 도입되었을 때 어떻게 되겠느냐는 식으로 조금 잘못된 과녁을 만들어 겨냥하고 있다. 물론 이에 관한 논의는 더 치열하게 해야겠지만, 과녁만큼은 동일하거나, 적어도 상대가 인정할 만한 과녁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었다고 미래의 금융에 대해 ‘빠삭’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험 많고 통찰력이 있는 이들의 조언은 많을수록 좋다. 더욱이 장밋빛 미래나, 핏빛 암흑의 미래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조언은 늘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