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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Dec 08. 2020

대유행병 100년의 역사, 전염병은 되풀이된다

마크 호닉스바움, 《대유행병의 시대》

상어가 북대서양 해수욕장에 나타나 사람을 공격한 적은 없었다독감은 세균성 질환이며 영유아와 노인들에게는 위험한 질병이나 한창 활동할 나이의 젊은 성인에게는 위험하지 않다에볼라는 아프리카 적도 지역의 삼림 지대에서 풍토병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 감염질환이므로 북미나 유럽은 말할 것도 없이 서아프리카 대도시까지 확산될 수 없다코로나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세계에서 신데렐라“ 같은별로 흥미로울 것도 없는 바이러스이며 병원과 크루즈선 같은 폐쇄된 환경에서는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전 세계에 대유행병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538)

 

그러나 상어는 북대서양의 해수욕장에 나타나 사람을 공격했으며독감은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어린아이나 노인뿐만 아니라 청년층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에볼라는 아프리카 밀림을 탈출하여 대도시에 출몰하였고미국과 유럽까지 그 마수를 뻗쳤다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시다시피...

 

마크 호닉스바움은 오래된 감염질환을 다루지 않는다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스페인독감에서부터 시작한다. 20세기 이후 인류의 방심과 오만의 틈을 노렸던 감염질환들을 다룬다.

 

1918년부터 시작된 스페인독감

1924년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발생한 페스트

1930년 북미 지역의 외로운 이들을 공포로 떨게 했던 앵무병

1976년 필라델피아의 한 호텔에서 비롯된 재향군인병(레지오넬라증)

1980년에야 비로소 인지된, 20세기 흑사병으로 불린 에이즈

2003년 홍콩에서 경보가 울린 후 전 세계를 공포로 휩싸이게 했던 사스

2013년 다시 출몰해서 미국과 유럽까지 여파가 미친 에볼라

2015, 2016년 올림픽을 앞둔 브라질에서 발생한 지카

그리고 질병 X’

 

여기에는 조류독감이나 메르스와 같은우리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거나 아직도 현실화되지 않은 공포로 남아 있는 감염질환의 장이 빠져 있다(물론 중간중간에 언급은 된다). 말하자면 위의 목록은 저자가 20세기의 공포스런 감염질환으로 취사선택한 것이란 얘기다. 20세기 미국의 대도시 LA에서 페스트가 발생했단 말인가혹은 앵무병은 또 뭐야할 수도 있다상당히 (전부는 아니지만미국 중심으로 작성된 목록이란 얘기도 된다.

 

하지만 이 목록만으로도 20세기가 절대 인류가 감염질환으로부터 해방되어온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오히려 도시화와 산업화와 더불어 교통수단의 발달 등으로 더 빈번하게 대유행병(pandemic)이 발생하였으며또 그 전파 속도가 가공할 정도이며전 세계 어디라도 pandemic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우리는 현재 그것을 온 몸으로온 정신으로 알고 있다).

 

대유행병의 시대에서 의학사 전공인 저자는 20세기에 일어난 pandemic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발생하고 대처했는지를 정말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각 chapter 하나하나가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구성하는 느낌이 든다그래서 빠져들 듯이 읽게 되지만정신 차리고 보면 그건 일종의 비극(悲劇)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그 드라마틱한 pandemic의 전개 속에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희생되었고또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외상까지도 수반되었던 것이다.

 

마크 호닉스바움은 물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환자와 의사들연구자들의 사투를 중심으로 쓰고 있지만그런 것과 함께 도드라지는 것 중 하나는 pandemic에서 언론과 정부그리고 국제기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다. 20세기 초반은 물론 21세기에 들어서도 국가 기관들이 질병의 발생과 상황전파 등에 대해 감추기 급급했고언론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상황을 잘못 판단해서 잘못된 보도를 하거나과장된 보도로 필요하지 않은 공포심을 전파시키기도 했다). 에볼라 등과 관련해서는 WHO의 경우 대처가 신속하지 못해 그 피해를 키웠다물론 어떤 것이 가장 적절한 것이었는가에 대해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그런 실수와 잘못 때문에 수많은 목숨이 왔다 갔다 하고엄청난 경제적정신적 손실이 있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이는 지금의 코로나 19에 대한 대처에서도 전혀 없을 수 없을 것이다.

 

마크 호닉스바움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어쩌면 코로나 19에 감염된 상태로 썼을지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제대로 된 검사를 받지 못했고최종적으로 어땠는지는 모른다). 그 마지막 장의 제목은 질병 X’인데이 의미는 코로나 19일 수도 있지만이 코로나 19 pandemic이 종식된 이후에도 또 찾아올지 모르는아니 반드시 찾아오는 또 다른 pandemic을 의미한다대비해야 한다는 말은 늘 하지만이 사태가 끝나고 나면 전 세계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고 마는 것을 에볼라 때도사스 때도메르스 때도 보아 왔다그래서 호닉스바움은 언제나 목록의 끝에는 질병 X’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반드시 되풀이되는 감염질환의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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