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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Dec 11. 2020

과학은 논쟁이다

박재용, 《과학 vs 과학》

교과서는특히 과학 교과서는 언제나 옳은 것을 서술해야 하는 것 같지만실은 과학 교과서의 내용은 오랜 세월 바뀌어왔고지금도 수시로 바뀐다그런 걸 보면 과학적 사실이라는 표현은 그다지 옳은 표현이 아닌 것 같다.

 

과학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과학철학자들과학사가들과학자들이 논의해 왔다어떤 사람은 그 내용을 중심으로어떤 사람은 그 과정을 중심으로또 어떤 사람은 방법을 중심으로 논의했고또 어떤 사람은 아예 부정하기도 했다어떤 공통된 합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적어도 과학이 절대적 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절대적 진리는 아니라는 것은 또 무슨 함의를 가지는 걸까절대적으로 옳지도 않을 것을 우리는 숭상은커녕 믿을 수는 있는 것일까현대를 지탱하는 게 과학과 기술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 세계는 신기루 위에 지어진 것일까그래도 과학에 의해 이만큼 세계가 발전해 왔다면 도대체 과학이란 게 어떤 것이길래 그런 발전을 추동해 낸 것일까?

 

이런 복잡한 질문들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박재용의 과학 vs 과학을 보면 대체로 뭔가를 느낄 수 있다과학이 논쟁을 통해서 발전한다는 전제 하에 그는 과학의 논쟁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러 고려를 통해서 박재용이 고른 과학의 논쟁은 여덟 가지다질문에 대한 답이 서로 대립되는 경우들인데,

 

자연은 어떻게 변하는가점진적 변화 vs 급격한 변화

빛의 정체를 밝혀라입자설 vs 파동설

힘이 작용하는 방식은 무엇인가접촉 vs 원격

인류는 어디서 기원했는가아프리카 기원설 vs 다지역기원설

원자를 둘러싼 2000년간의 대립기본입자는 있다 vs 기본입자는 없다

시간과 공간은 존재하는가가상적 개념 vs 객관적 실재

인간 이외의 생물은 의식을 가지는간인간 의식의 특별함 vs 의식의 보편성

대멸종의 원인은 무엇인가지구 내적 원인 vs 천문학적 원인

 

이것들이 과학에서 가장 본질적이라는 것도 아니고(물론 상당히 본질적인 논쟁이 많다), 가장 격렬하고 극적이라는 것도 아니다또 그 모든 논쟁이 결말을 맺은 것도 아니다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그것들이 과학이라는 점이다당대의 과학적 수준에 맞는 질문을 던졌으며(이를테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은 지금 보면 비-과학적이지만당대에는 최고 수준의 과학이었다),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은 역시 그 당대의 과학적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여기에 우기기라든가 신화적종교적 설명은 깔끔하게 제외했다.

 

이러한 주제에 대한 논의에서 보여주는 것은 과학이란 논쟁을 통해서 과학이 존재하고 발전한다는 것이다그리고 그 논쟁이 전개되는 것을 보면 애초의 논쟁의 성격에서 벗어나고 심화되며 보다 본질적인 것이 되어 간다는 것이다어느 한쪽이 승리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지만그 승리가 뒤집히기도 하고또 양쪽이 서로 접근하여 통합되는 경우도 있다예를 들어 빛은 뉴턴에 의해 입자라는 게 거의 확정되었다가 영의 실험을 통해 파동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그러다 다시 아인슈타인에 의해 입장의 성질도 갖는다는 것이양자역학에 의해서는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것이 이제는 정설이 되었다의식에 관한 논쟁해서는 점점 의식이 인간에게만 특별한 것이라는 생각이 점차 물러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고대멸종의 원인에 대해서는 지구 내적인 원인을 찾고자 하는 노력에서 점차 외적인 요인(이를테면 운석)으로 옮아가지만여전히 그게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며 여러 요인들이 통합되면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또한 인류의 아프리카기원설(단일지역기원설)은 인종주의를 물리치면서 주류학설이 되었지만다시 다지역기원설의 도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물론 이전의 인종주의와는 다르지만).

 

이론은 단정적이지만그 이론의 근거가 되고그 이론을 떠받치는 과학은 현재의 결론이 존재할지언정 끝은 없다과학은 끝이 없는 과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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