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섭, 《제3도시》
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원자재와 완성품이 빼돌려지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전직 헌병수사관이자 현직 탐정(민간조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강민규가 개성공단으로 향한다(제목의 ‘제3도시’가 바로 개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조사를 하던 와중 의심되는 인물이 살해되고, 그와 다투었다는 전력 때문에 강민규는 용의자로 체포된다. 하지만 남측에서 강력하게 항의하고, 또 증거도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석방된다. 추방 시점이 3일 남은 시점에 강민규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내려온 호위총국의 오재민 소좌와 함께 살인범을 찾기 위한 수사에 나선다.
소설은 대체로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처음에는 아무도 의심받을 만한 점이 드러나지 않다가, 여러 사람들의 진술이 모순되는 점이 발견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심받고, 사건을 은폐하고자 하는 정황도 드러난다. 사건 조사 도중 도주하면서 차에 치인 북한 근로자를 살인범으로 몰고 사건을 덮자는 타협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게 남북 모두에게 좋다는 식으로. 하지만 강민규는 끝내 범인을 찾아낸다: “살인자는 교묘하게 남과 북 사이에 숨었다.”
그렇게 사건이 끝나는가 싶더니 다시 사건 전체의 맥락과 전개를 뒤집는 반전이 있다.
전체적으로 좁은 공간, 제한된 시간 속에서 사건을 응축시키고, 다양한 인간들이 복잡한 관계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상당히 재미있다. 너무 재미없게도 사건 해결을 인물들의 진술에 의존하는 거 아닌가, 싶은 순간, 그게 트릭이었다는 점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런데, 마지막의 반전(이 마지막 반전 때문에 ‘제3도시’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 달리 생각할 수 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은 마치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꿈 속의 이야기라든가, 혹은 누구의 상상이었다는 식의 전개를 떠올리게 한다(꿈 속의 이야기라든가, 상상이라든가, 그런 건 아니다). 막판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경우, 두 가지 반응이 있을 수 있는데, 한 가지는 기가 막힌 반전인데다 처음부터 다시 되돌이켜보면 정확하게 아귀가 맞는 경우 속았지만 기분이 좋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걸 숨긴 채 “너 몰랐지?” 하는 식인 경우 사기당한 느낌이 든다. 이 소설은 사기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불친절하다는 느낌은 든다. 처음에 이런 결말을 알 수 있을 만한 장치가 없는 게 아쉽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만은 고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