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Dec 28. 2020

미국, 식민지 제국에서 점묘주의 제국으로

대니얼 임머바르, 《미국, 제국의 연대기》

‘미국’이라는 존재를 부를 때, 당연히 ‘미제국주의’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건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에 대한 분노와 저항이기도 했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제3세계 국가들과 가지는 관계에 대한 판단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게 인식하고 부르는 나라와 사람들이 있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그런 용어를 쓰는 이는 거의 없는 듯하다. 그때의 인식이 잘못 된 것이었을 수도 있고, 관계의 본질이 바뀐 것일 수도 있다. 비록 평등한 관계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는 아니라는, 종속적 관계는 아니라는 자신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데 미국, 혹은 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미국에서는 자신들이 제국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을 듯하다. 그들의 나라는 공화국이지, 북아메리카의 영토 밖을 무력으로 점령해서 강제로 통치하는 제국은 절대 아니라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대니얼 임머바르는 미국은 과거에는 분명한 ‘제국’이었으며, 지금도 그 형태는 달리하지만 제국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단언한다.

 

일단 대니얼 임머바르는 지도 2개를 보여준다. 하나는 ‘로고 지도’다.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미국을 떠올리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1959년에 주로 편입된 하와이와 알래스카가 없다. 그런데 그 두 주만 없을까? 또 하나의 지도는 1941년 ‘확장된 미국 영토’, 즉 미국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행사하는 영토를 보여주는 지도다. 여기에는 하와이와 알래스카는 물론이고, (지금은 자치주가 된) 푸에르토리코도 보이고, 더 크게는 필리핀이 포함되어 있으며, 태평양과 카리브해의 외딴섬들도 포함된다. 미국은 이들 지역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와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아니 많은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필리핀을 실효적으로 지배했었다는 사실을 모르며, 푸에르토리코에 살고 있는 이들이 ‘미국인’이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 미국이 제국이라는 것을 배우지 않는다.

 


  대니얼 임머바르는 《미국, 제국의 연대기》의 1부 <식민지제국>에서 1800년대 말부터 미국이 팽창주의와 고립주의 사이에서 논란을 빚었지만, 꾸준히 외국에 자신들의 영토를 확대해간 역사를 보여준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면서 외부의 영토의 필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그들의 독립을 억눌렀고, 또한 차별했다.

 

그러한 제국의 성격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변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 소재의 변화 등으로 일정한 영역을 지니는 식민지의 필요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대신 군사적으로는 기지를 세우고 그 기지를 중심으로 확장과 방어 전략을 취하게 되었고, 언어와 문화 등을 통해 세계를 영향력을 끼치는 전략으로 변화한 것이다. 전략은 바뀌었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고 대니얼 임머바르는 단언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종식 후 제국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제국을 구성하는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대규모 식민지는 처분해버리고, 전 세계에 흩어진 소규모의 반(半) 주권지역, 즉 군사기지에 투자한 것이었다.” (506쪽)

이를 그는 ‘점묘주의 제국’이라고 부르고 있다(제2부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략에는 각 지역의 모순적 상황을 낳았다고 한다. 이를테면 영국 리버풀의 성장과 일본 기업 소니(SONY)의 부상, 그리고 오사마 빈 라덴의 성장 등은 미국의 영향력 하에 미국으로부터 자양분을 얻고 성장했지만, 다시 미국을 공격하는(문화가 되었든, 경제력이 되었던, 비행기 폭탄과 총구가 되었든) 상황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대니얼 임머바르는 ‘제국’이라는 말이 비판적인 용어로 쓰인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게 단순하게 비난조의 말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좋든 나쁘든 전초기지와 식민지를 거느린 나라를 묘사하는’ 객관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제국은 그 나라의 특성이라기보다는 형태이며,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미국은 명백히 제국이었으며 지금도 그렇다고 본다. 미국이 과거에 식민지 영토를 획득했던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두드러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의 해외 영토에 대해서도 그 상황과 의미에 대해 미국인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맺는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굳이 미국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역시 명백하다. 그 나라는 지금 막강하다.

작가의 이전글 역사는 사진을 남기고, 사진은 역사를 이야기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