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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Dec 29. 2020

과학 열기

김병민, 《숨은 과학》


과학을 설명하는 방식은 정말 많다. 과학의 정의나 특성도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한다. 과학을 생각의 방식이라고도 하고, 연구의 과정이라고도 하고, 또는 그 결과물을 과학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렇게 다양하게 과학을 설명해도 사람들은 과학이 어떤 것인지 다들 안다. 단일하게 공유된 것은 아니지만, 공유된 인상만큼은 분명하고, 또 그게 상당히 믿을 만하다. 과학은 그만큼 보편적이며 일상적이다.

 

김병민이 과학을 설명하는 방식은 일관적이다. 일단은 우리의 일상에서 과학을 가져온다. 그 과학에는 그 내용을 설명하거나 처음으로 고안하거나 한 과학자가 있다. 그 과학자는 아주 유명한 과학자인 경우도 있지만, 현대의 일반적인 독자에게는 거의 잊혀진 과학자도 있다. 그리고 한두 명의 명성을 독차지한 과학자가 있긴 하지만, 그런 과학자의 성공을 뒷받침한 무수한 과학자가 있다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 김병민은 그 과학자의 삶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다만 그 과학자가 그 과학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사항만 간단히 살핀다. 그리고 과학을 이야기한다. 과학에 대한 이해는 또한 우리 인간, 사회, 지구, 우주의 삶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하나의 꼭지는 언제나 과학의 위대함과 한계를 중심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향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한 일관된 방식이기에 그가 과학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도 상당히 분명하다. 숨어 있는 과학 에피소드를 종종 소개하지만, 그 에피소드의 특이성, 혹은 재미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과학이 과정이긴 하지만, 그 과학의 내용을 발견해나가기까지의 숨은 이야기보다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과학의 내용이 더 중요하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방식으로 해당 과학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물론 나 자신을 포함한 과학자에게는 아주 조금 억울한 면도 있다). 그리고 그 과학의 내용은 반드시 우리의 삶과 관련이 있다. 만년필이나, 스카치테이프, 테플론 프라이팬 같은 것도, 에어컨이나 기생충, 시간에 관한 과학도 그렇고, 나아가 빛이라든지 밤하늘의 과학도 당연하다. 우연의 과학을 살펴보는 것도 그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과학의 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그것 역시 우리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저자 자신의 전공(화학공학)이 있기에, 다소는 화학 분야의 과학에 대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허물이 아니다. 자신도 잘 모르는 것을 여기저기서 가져와 짜깁기 식으로 쓰는 것은 과학 칼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자신이 잘 아는 것에 대해 깊이를 더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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