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존스, 마리나 아마랄, 《역사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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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구글드라이브에 저장된 사진이 ‘추억 속 오늘’이라고 해서 휴대폰 알림으로 올 때가 있다. 작년, 2년, 혹은 5년 전에 찍은 사진을 보며 추억 속에 잠긴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그러다 보면 그날의 느낌도 살아난다. 그리고 그 이후의 내 삶까지. 말하자면 거창하진 않지만 나의 역사에 대한 소환인 셈이다.
사진이 그렇다. 한 컷이지만 그 한 컷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게 많다. 사진이 직접 말하기도 하고, 사진 너머의 무언가를 생각하게도 한다. 사진이 발명된 이후, 그리고 1850년대 로저 펜턴이 기록으로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후 사진은 역사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빛바랜 사진이 있다. 옛 사진에는 원래 색이 없다. 마리나 아미랄은 흑백 사진에 색을 입혔다. 색을 입은 사진은 역사를 더 생생하게 증언한다. 1850년대부터 1960년까지. 크림전쟁부터 우주전쟁까지. 1장 장 중 골랐다는 200장의 사진이 100여 년의 역사 모두를 포괄할 수도 없고, 또 주로는 유럽과 미국 위주의 역사일 수밖에 없지만(그래도 우리에 관해서는 명성황후의 사진과 한국전쟁의 사진이 포함되었다) 그래도 이 사진들을 통해서, 그리고 그 사진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세계의 부끄러운 역사, 혼란스러운 역사, 잔인한 역사,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 온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읽겠다고만 하면 너무 간단한 역사일 수 있지만, 사진은 그 간단한 역사의 설명을 넘어서는 표정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 표정을 모두 읽겠다고 덤벼들면 한이 없을 것이다. 다만 몇 개의 사진에서 읽은 표정은 오랫동안 뇌리 속에 남는다. 이를테면 도로시아 랭이 찍은 대공황 시기의 플로렌스 오언스 가족의 사진에서 보이는 그 공허한 시선!), 의화단원 사진에 보이는 결연한 의지, 혁명에 성공한 후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낙관적 미소 같은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