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Dec 24. 2020

파란색은 귀하다

카이 쿠퍼슈미트, 《블루의 과학》


세상은 파란색으로 가득한 듯하다하늘도 파랗고바다도 파랗다그런데 그 하늘과 바다 사이의 자연을 돌아보면 파랑은 드물다동물이나 식물이나 파란색을 자신의 색으로 간직한 경우는 별로 없다그래서 파란색 동물식물은 신비롭게 취급된다오죽하면 파란색 장미를 만들기 위해서 수십 년을 공을 들이는 이가 있을까파란색은 신비의 색이다.

 

선명한 파란색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2017년 여름 LPGA US오픈의 장면이다마지막 날 최종적으로 우승한 박성현 선수와 끝까지 경쟁한 선수가 있었다지금은작년과 올해 KLPGA 대상을 수상한 최혜진 선수였다아직은 아마추어게다가 여고생 신분이었다최혜진 선수가 마지막 라운드에 입었던 바지가 선명한 파란색이었다그게 인상 깊은 것은골프 선수들이 파란색의 옷을 입은 경우가 적기도 하거니와(타이거 우즈의 붉은색 상의김세영 선수의 빨간색 바지 등이 상징적으로 떠오른다), 그 색이 너무도 선명한 파란색이었기 때문이다아직 어린 선수의 이미지에 어울리기도 했다.

  

파란색하면 떠오르는 그림도 있다판 페르메이르(혹은 베르메르)의 <진주귀고리 소녀>의 두건(?)의 색이다지금 보면 그리 선명하지는 않지만주변의 색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림 속 여인의 입술과 함께 뚜렷이 각인된다그러나 파란색은 자연에서 드물기 때문에 매우 소중한 색이기도 했다그래서 금보다도 비싸게 거래되었다고도 하고그림에서 쉽게 쓸 수도 없는 색이기도 했다(오죽하면 울트라마린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바다 건너라는 뜻).

 

카이 쿠퍼슈미트은 그 파란색과 관련한 역사와 과학(생물학물리학화학 등)을 아우르는 책을 썼다사실은 파란색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냥 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색을 인식한다는 것은 문화와 문명을 인식한다는 것이고자연을 이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 책에서 보여지듯 그 파란색을 얻어내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을 했다는 것이 다소는 무위해 보일지도 모르지만인간은 그보다도 더 어처구니없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자연에 드물고그래서 신비로운 색을 얻기 위한 노력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 적지 않지만가장 인상 깊은 것은 왜 자연에 파란색이 드물까 하는 데 대한 과학에 기초한 가설이다.

잘 알고 있듯이 인간 망막 세포에는 원추세포(지금은 주로 원뿔세포라고 한다)가 종류 있다빨강초록파랑의 파장에서 가장 반응을 잘하는 세포들이다이 세 세포의 활성화 정도의 조합에 따라서 우리는 색을 다양하게 인지한다. (많은 포유동물은 3가지의 원추세포가 없다개도 고양이도 2개의 원추세포를 가질 뿐이다약 3,000천 만 년 전 쯤 조상 원숭이에서 녹색 원추세포가 늘어나고 이중 일부가 빨간색원추세포가 되었다고 한다.)

 

이를 인간의 망막세포에 적용하면 원추세포가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다청색 원추세포는 전체 가운데 10퍼센트 정도로그 수가 월등히 적다심지어 시각이 가장 민감한 지점에는 청색 원추세포가 없다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청색이 귀하다는 사실이 여기서도 다시 한번 확인된다이는 인간이 아주 작은 크기의 청색 면적을 잘 보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89)

 

파란색은 귀하다.

작가의 이전글 식물의 놀라운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