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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an 05. 2021

주가 급등의 사유, 과연 없는가?

장지웅, 《주가급등 사유 없음》


저자는 ‘세력’에 대해서 얘기한다. ‘세력’이란 기업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추거나 높임으로써 이익을 얻는 이들의 무리를 의미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 명시적으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물론 불법적인 세력에 대해서는 다르지만). 다만 이 세력 때문에 손해를 보는 일반 투자자들을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세력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주가를 움직이는지를 알려준다(‘조작’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세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도(100%라는 것은 없지만) 알려준다. 그래서 세력을 업고 이익을 취하거나, 혹은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세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주가 차트나 소문만으로는 알 수 없으며,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공시’를 세심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공시의 문구만을 믿으라는 것도 아니다. 공시를 면밀히 분석한다는 것은, 과정 전체를 분석한다는 것이고, 그 문구 뒤에 숨어 있을 수도 있는 트릭까지도 알아낸다는 것이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자는 여러 예를 들고, 또 비유를 통해 이를 확인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돈 공부》에 대한 독후감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나는 주식을 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를 알기 위해서 돈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중에서도 주식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것은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 투자하는 법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움직임이 의미하는 것을 알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이런 책이 내게 그다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중간에 놓지는 않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런 지식과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세력이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무척 회의감이 들지만 그게 현실이라면 알아야 하고, 혹 하는 마음이 들 때 상기하고 들춸볼 수 있는 잠깐의 여유를 갖는 데 이 책은 무척 요긴할 것이다. 또는 주위에 아주 일반적인 조언을 하는 데도(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못하고, 아마 이 책을 권유할 것이다). 


가장 가슴에(그렇다. 가슴이다!) 와 닿는 부분은 이 책의 제목과 관련한 대목에서였다. 제목 ‘주가급등 사유 없음’은 한국거래소가 특정 종목의 시세가 급격하게 분출될 때 해당 기업에 ‘현저한 시황변동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한다. 그때 그 기업은 대부분 형식적으로 대응한다고 한다. ‘주가 급등 사유에 대해서 우리는 모른다.’ 즉 ‘주가급등 사유 없음’이다. 시치미를 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저자는 이 책에서 가장 감상적인 표현으로 맺는다. 


“세력 입장에선 계획대로 일을 진행한 결과 시장이 목표주가를 만들어 주었으니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 공시는 세력이 뻔뻔하게 오리발을 내미는 것 같지만, 실제로 주가 급등의 명확한 사유는 애초부터 없었다. 급등에 필요한 재료를 만든 세력이나 급등하는 종목을 찾아 벌떼처럼 달려든 투자자의 탐욕이 사유라면 사유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주식시장을 보면 테마와 명분을 찾아 헤매는 욕망이 가격이라는 숫자로 바로 환원되는 신기한 곳이다.” (209쪽)


그렇지만, 그 욕망을 버릴 수는 없으니 세력에 이용당할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가 의미 있다. 이 책이 얘기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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