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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an 06. 2021

두려움에 관한 19세기의 설명

안젤로 모소, 《우리가 알고 싶었던 두려움》


안젤로 모소. 이탈리아의 생리학자라는 이분의 약력을 보니 1846년에 태어나서 1910년에 죽었다. 책 안쪽의 ‘일러두기’를 보면 1896년판을 원전으로 해서 번역했다 그러니까 약 120년 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은 ‘두려움’에 관해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는데,(꼭 두려움에 관한 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여기의 내용이 얼마나 현대 과학에서 설명하는 것과 부합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는 현대 과학의 속도를 생각해보면, 한 세기도 더 전에 나온 과학교양도서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솔직히 궁금하기도 하다. 그때는 유전의 본질에 대해서도 모르던 때다. 왓슨과 크릭의 발견은 물론, 멘델의 유전법칙이 재발견되기도 전이다. 심지어 과학사적으로, 과학철학의 면에서 중요한 책도 아니다. 그래서 안젤로 모소가 쓰고 있는 내용을 통해 두려움에 대해 어떤 지식을 늘리기 위한다기보다 과거의 과학자가 어떤 방식으로 과학을 수행하고, 또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에 더 관심이 깊었다.

 

그렇다고 현대의 기준으로 봤을 때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황당한 내용들로 가득할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저자 소개에 따르면 안젤로 모소는 ‘세계 최초로 거짓말 탐지기와 뇌 영상(MRI) 기술을 발명’했다고 했을 정도로 뛰어난 과학자, 그중에서도 생리학자였다. 또한 의사였다. 지금과 똑같은 형태의 거짓말 탐지기는 아니고, 또 MRI 역시 그가 발명한 것을 지금 쓰고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 원리만큼은 그대로 통용될 정도일 정도로 그는 아이디어가 뛰어난 과학자였다. 그런 과학자의 모습은 책 내용에서 갖가지 기구를 직접 개발해서 생리적 현상을 측정하는 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현대의 전문 과학자에게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과학적 설명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제한된 경험과 실험 데이터를 통해서, 그리고 다른 과학자들의 실험과 저서를 참고하며 최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은 현대 과학자들의 것과 다르지 않다. 이를 통해서 19세기 후반에는 이미 과학이라는 활동이 어느 정도 정립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는데, 그러면서도 이 안젤로 모소라는 과학자가 상당히 전형적이면서도 뛰어나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또 하나 이 책을 이야기한다면 상당히 문학적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유전과 진화에 대해서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자이지만(다윈을 자주 언급하지만 자연선택에 대해서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지 않고, 용불용설에 해당되는 개념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있었다. 물론 유전의 본질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고 있었고),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면 직관적인 개념을 가지고 상당히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희끄무레한 생식세포의 작은 잎사귀 위에는 과거의 세대들과 현재의 우리들을 연결시켜주는 유전과 관련된 해독할 수 없는 문자들이 씌어져 있다.” (260쪽)

 

이때로부터 현재까지 얼마나 과학이 줄기차고도 빠른 발전을 했는지 다시 한번 실감하는데, 사실은 이와 같은 성실하고도 꼼꼼한 과학자가 있었기에 그것을 바탕으로 현대 과학이 그렇게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두려움’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며 끊임없이 전진해온 과학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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