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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Feb 09. 2021

니클의 소년들, 가볍지만 묵직한 울림

콜슨 화이트헤드,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이 작가를 이미 《제1구역》과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통해 만났었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2017년 퓰리처상 수상작이었다. 그리고 그는 2020년 3년 만에 퓰리처상을 다시 수상했다. 바로 이 작품 《니클의 소년들》로. 책 소개를 보면 100여 년의 퓰리처상 역사에서 두 번 수상한 작가는 콜슨 화이트헤드까지 4 명뿐이다(굳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언급은 필요 없을 듯).


《니클의 소년들》은 플로리다 주 폐쇄된 학교 쓰레기장에서 43구의 시체가 발굴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시신들에는 어떤 사연이 있길래? 학교라고 했지만, 그 학교는 이른바 불량 학생들을 수용하는 ‘감화원’(‘니클’)이었으며, 끔찍한 폭력이 상시적으로 행해지던 곳이었다. 이야기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니클’로 보내진 엘우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마르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들으며 인종 문제에 눈을 뜨고, 시위에도 참여하며, 또 대학 진학을 꿈꾸는, 이른바 꿈 많고 선량하며, 영리한 학생이었다. 어처구니 없이 니클로 보내진 그는 그곳에서 인종 차별은 물론 비리와 폭력으로 얼룩진 ‘학교’를 발견한다. 그렇게 이야기의 한 축은 1960년대 엘우드가 겪은 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또 한 축은 현재의 이야기다. 니클 학교 출신으로 그곳을 탈출한 후 현재 뉴욕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는 엘우드 커티스가 있다. 그는 침묵하며 살아왔으나, 시체가 발견되고 언론이 주목하면서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자신이 그곳에서 무슨 일을 당했으며, 친구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에 관한 진실.


1960년대와 2010년대의 이야기가 서로 중첩되면서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있고, 그 반전이 놀라움만이 아니라 더할 나위 없는 감동을 준다. 그 중첩된 이야기를 통해 한 인간이 더럽고 추악하고 폭력적인 차별의 시대를 견뎌온 이야기를, 그리고 그 속에서 좌절하고, 또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정교하게 그려내고 있다.


300쪽도 되지 않는 가벼운 소설이다. 그러나 왜 퓰리처상을 줄 수 밖에 없는지를 깨닫게 하는, 아니 그런 상이 주어지지 않아도 그 가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묵직한 울림을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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