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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Feb 10. 2021

70년 만에 찾아낸 히틀러의 말, 그 추적기

아르뛰어 브란트, 《히틀러의 사라진 보물》

히틀러는 1945년 4월 22일 베를린 북부에 있는 에버레스발데가 소련군에 점령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실제로는 4월 26일 점령되었지만) 4월 30일 총통관저(국가수상부)의 지하 벙커에서 전날 결혼식을 올린 에바 브라운과 자살한다. 그가 제국의 품위를 위해 공을 들인 국가수상부는 소련군에 의해 파괴되었다. 그와 함께 입구에 놓였던 아르노 브레커의 작품인 조각상 <파르테이(당)>와 <비어마흐트(국방군))도, 후면부의 정원 입구에 이르는 계단 발코니(히틀러 집무실 바로 아래)에 있던 요제프 토락의 청동 마상 작품 <달리는 말들>도 산산조각났다(고 알려졌다). 히틀러는 세계 정복의 야심을 꿈꾸며 계획을 세울 때마다 3미터 높이의 이 청동 마상을 응시했다고 한다.


미술상 아르뛰어 브란트는 다른 미술중개상으로부터 이 파괴되어 사라졌다고 하는 청동 마상이 온전한 모습으로 서 있는 컬러 사진을 입수하게 된다. 어마어마한 금액을 요구하며 거래를 원하고 있었다. 아르뛰어는 당연히 그 청동 마상이 위작이라고 생각하고 누가 그런 짓을 벌이고 있는지 추적한다. 토락은 히틀러에게 청동 마상을 제작해 납품하고나서 똑같은 모양의 소형 청동 마상을 제작했고, 그것을 여러 나치 유력자에게 진상했다. 그 소형 마상을 바탕으로 위작을 제작했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추적하면서 그 청동 마상이 1945년에 파괴된 것이 아니라 단지 사라졌으며, 1989년까지 동독 내의 소련군 주둔지 영내에 고스란히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제프 토락의 마상뿐만 아니라 아르노 브레커, 프리츠 클림쉬와 같은 히틀러와 나치가 총애했던 조각가의 작품들까지. 이제는 그 작품이 누가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를 추적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당연히 실화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2015년 크게 보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물론 당시에는 몰랐지만). 아르뛰어 브란트는 이 책에 자신이 찾아내서 독일에 반환한 갈색 예술(나치의 예술을 이렇게 부른다)의 걸작(어쨌든 그 작품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에 대한 추적 과정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예술 작품의 거래에 나치 잔당의 도피를 돕고, 네오나치를 후원하는 슈틸페 힐페(나치돌격대 대장 힘믈러의 딸, ‘나치의 공주’ 구른드 힘믈러를 비롯한), 그들과 연관된 기업가들이며 변호사들, 그들과 기꺼이 거래하며 돈을 챙기는 동독 슈타지 요원들과 소련 KGB 요원들, 군인들이 얽히고 섥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추적하는 과정 속에 도시를 중심으로 장면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추리소설의 기법을 쓰고 있고, 실제로 추리소설보다도 더 긴박하다(왜냐하면 진짜 목숨이 달렸으니까).


결국 전격 작전 끝에 나치의 이데올로기를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청동 마상과 다른 작품들이 회수된다. 파괴되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알려진지 70년 만의 일이었다. 이 나치의 예술 작품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어두운 역사를 다시 대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혐오로 파괴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결국은 역사의 어두운 이면도 직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형물로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사실 의외인 것은 역사 청산 면에서 일본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모범적인 것으로 알려진 독일이 아직도 나치의 유산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라 독일의 나치 후예와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 그리고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이 서로 도와가며 그런 일을 벌이고 있다(실제로 일어난 일이고, 그게 21세기에 벌어진 일이므로)는 사실도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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