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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Feb 22. 2021

꿈을 사고 판다면... 그 환상의 이야기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궁금했다. 온통 주식, 내지는 돈에 관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상단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와중에 꿋꿋이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젊은 작가의 소설이 어떤 것인지.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들어 알고 있는데, 그게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 시대에 돈과 주식으로 유혹하는 책들과 홀로 맞먹고 있는지 궁금했다.


담백하다. 작가로서의 훈련을 어떻게 받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기성 작가의 흔적이 거의 없다. 그건 어쩌면 미숙한 문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상투적이지 않다는 칭찬이 될 수도 있다. 어떤 내용과 결합하느냐의 문제일 텐데, 여기선 내용과 잘 만나고 있다. 담백한 문체는 ‘꿈’을 파는 가게의 사람들을 닮았다.


상쾌했다. 이렇게 순수하게 세상을 보는 소설을 오랜만에 읽었다. 세상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따뜻하고 부드럽게 보는 소설들은 요즘에도 있지만, 이렇게 맑게 세상을 보는 소설은 기억에 별로 없다. 당연히 그런 소설이 없지야 않을 것이고, 내가 읽은 소설들이 어떤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소설을 만나 반가웠다.


꿈에 대한 소설이지만,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도 이 소설의 미덕이다. 개인적으로는 꿈을 그다지 의미 있게 보지 않는다. 꿈이 그토록 중요한 거라면 그처럼 많은 이론이 존재하고, 그 이론들의 부침이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도 꿈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꿈이 아직은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는 꿈이 무척 중요하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과는 다르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은 그 꿈을 꾸는 사람들이 꿈속에서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꿈으로 무엇을 하지도 않는다. 꿈을 통해서 위안을 받고, 꿈을 통해서 어떤 각오를 한다는 것도 결국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꿈은 그것을 위한 계기다.


다 읽고 나니 이 소설이 왜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갸웃거려지기도 한다. 우선 갸웃거려진 이유부터 얘기하자면, 높은 수준의 문학성을 지니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 스스로 문학성을 내세우진 않을 것이고, 독자들에게 공감 받는 작가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어떤 기대를 한다면 좀 더 문학적으로도 탄탄한 작품이 이만큼의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진 이유는, 결국은 사람들은 돈도 원하지만 힐링도 원한다는 점이다. 돈을 원하는 사람과 힐링을 원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같은 사람이다. 어디서 쉽게 힐링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책도 그렇다. 이 소설에서 사람들은 그 힐링의 기회를 찾았던 것이다.

난 그래도 고개가 끄덕여져진 지점에 더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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