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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Feb 26. 2021

역사학자 전우용의 세상사에 대한 발언

전우용, 《망월폐견》


망월폐견(望月吠犬). 달 보고 짖는 개를 일컫는 말이란다(사실 처음 알았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개가 달을 보고 짖는 건, 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개의 버릇이 나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말이 나온 것은 지난(벌써 작년이 되었다) 총선 때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과 올해 초 TBS의 “#1합시다”라는 캠페인을 비교하면서이다. 이 대목만 떼어놓고 보자면 이 사안들과 ‘망월폐견’이라는 말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쏭달쏭할지 모른다. 그러나 책 전체를 보자면 너무나도 명확한 의미를 지닌다. 그가 지목하는 ‘개’가 누군지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전우용이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것은 알고 있었다(그의 페이스북을 봐서가 아니라, 가끔, 아주 가끔 인용되기 때문에). 2019년과 2020년 두 해에 걸쳐 페이스북에 쓴 글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었다. ‘시사상식’이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시사, 즉 세상일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500쪽에 이르니 참 많이 풀어놓은 것 같지만, 사실은 몇 가지 주제다. 검찰과 언론의 편파성에 관한 문제, 손혜원 전 의원과 관련한 도시재생과 그것에 관한 왜곡(을 넘어선 공격과 무지)의 문제, 일본의 수출규제와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에 관한 문제,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과 방역에 관한 문제, 조국 일가, 추미애 전 장관에 관한 문제 등. 거의 대체로 검찰과 언론, 그리고 토왜(土倭)라 일컬을 수 있는 이들, 그리고 이른바 보수정당(내가 ‘이른바’라고 한 이유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이다. 집요하다. 그 집요함은 분노이기도 하고, 어이없음이기도 하다.


그의 세상에 대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근거는 물론 역사다. 역사 중에서도 근대사다. 일제의 침략과 일제에 빌붙었던 이들에 대한 역사다. 그 침략과 부왜(附倭)의 역사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걸 역사와 우리 사회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당연히 이러한 전우용의 생각에 극렬히 반대할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거의)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우용이 《반일종족주의》 같은 책을 펼치지 않은 것과는 이유가 다를 것이다. 전우용이 《반일종족주의》를 읽지 않은 이유는 그 주장이 무엇인지를 훤히 알기 때문이라면 《반일종족주의》의 저자 등이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는 아마도 이런 생각에 귀를 열 마음이 없어서일 거라고 본다.


새삼 2년의 복잡하고, 시끄러웠던 소식들이 다시 떠올랐다. 피곤하지만 똑똑히 바라보고 증언해야 하는 일들이다.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직은 역사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곧 역사가 될 것이다. 그때 이 책은 이 시대를 증언하는 아주 많은 목소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

한 가지만 부언하자면, 사전이 될 수 없는데 굳이 사전 형식이라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앞에서 한 얘기를 뒤에서 다시 하는 듯한 느낌을 너무 많이 받는다. 주제별로 모았으면 어땠을까, 혹은 시간 순으로 편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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