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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Feb 28. 2021

고고학(考古學), 결국은 현재에 관한 이야기

강인욱 교수, 《테라 인코그니타》


‘고고학(考古學)’. 인터넷에서 찾은 정의는 “인간이 남긴 물질 증거와 그 상관관계를 통해 과거의 문화와 역사 및 생활방법을 연구하는 학문”(<두산백과>)이라고 되어 있다. 인류의 과거를 탐구하는 역사학이지만, 특히 ‘인간이 남긴 물질’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남긴 물질’이라는 것은 보통 유물, 유적, 유구 등으로 부르니 고고학은 바로 그 유물, 유적, 유구를 통해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그 유물, 유적, 유구를 찾아 세계의 오지를 탐험하는 모습은 멋있다(강인욱 교수는 이 책 《테라 인코그니타》에서 그 전형이랄 수 있는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고고학자를 언급하면서 제국주의적 시각에 대해서 비판한다). 멋있는 모습이야 그 고된 작업을 떠올리면 금방 사라지지만 우리가 살아온 과거에 대해 지워지고 잊혀질지도 모르는 것들을 작은 유물을 통해서 메우고, 새로운 시각을 전달해주는 고고학은 매력적인 학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언뜻 멋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선조가 남긴 것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그리 풍부하게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흔할 것이고, 그 의미가 명확하지도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어느 지방에서 발견된 동굴 벽화에 대한 해석이 얼마나 다양한가. 그중 어느 것이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진다고 해서 그게 과연 옳은 해석일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고고학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는 고고학이 설명하는 과거가 현재에 어떻게 잇닿아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어떤 유물이 나왔을 때 신기하다고 여기지만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발굴이 되고(혹은 발굴 이후에 보도가 되고), 그것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면서 선전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무심하게 넘어가지만 결국은 그게 정말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든가, 일본의 역사왜곡을 보면 비로소 느낄 수가 있다. 그런 상황에 대해 우리는 어이없어하거나(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비분강개하지만 사실은 그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는 드물고, 우리가 그런다고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바로 그때 그에 대해서 우리의 연구, 학문이 필요한 것이다.


강인욱 교수의 《테라 인코그니타》는 그런 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책이다. ‘미지의 땅’이라는 뜻이 제목에서부터 관심을 갖게 만든다. 미개한 민족, 즉 오랑캐로 치부되어온 이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상황을 제시하고 있고(문명과 미개는 얼마나 자의적인가), 새로이 발견된 고고학적 자료를 통해서 고대를 새롭게 바라보고 있으며(시베리아의 아틀란티스, 겨울왕국, 편두(偏頭)에 얽힌 이야기, 티베트고원의 고대왕국, 황금의 나라, 마야 문명의 비밀 등),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고대의 역사를 상상하는 데 있어서 몇 가지 쟁점을 제시하고 있다(공자의 출신, 기자조선의 실재 여부, 고조선의 모피에 얽힌 고대 교역, 상투를 튼 고조선인, 흉노와 온돌, 신라인과의 관계 등등). 그리고 앞에서도 연급한 중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한 왜곡 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비로 전체적으로 어떤 주제를 가지고 점층적으로 구성된 책은 아니지만(연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그래도 역사, 특히 고고학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을 갖추고 교정하는 데는 이만한 책도 없을지 싶다.


고대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그 연구의 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받아들이는 데 있어 그 함의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민족의 과거를 과대포장해서 지나치게 나아가는 것도 경계해야 하고, 주변국들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전 세계 국가들이 과거의 역사를 해석하고, 선전하는 것이 오늘날의 지정학적 위치, 흐름과 연결된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고대사는 과거의 역사이지만, 그 고대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현대사, 현재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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