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Mar 03. 2021

고양이에게 위로받을 줄이야...

제이미 셸먼,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다》

위로받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누구에게도 얘기 못하는 고민을 쌓아두면서 누군가 내 얼굴 표정만 보고도 “고민 있구나”하고 다가서주길 바랄 때도 있다. 

그러면서 위로한다고 해주는 긴 설교에는 짜증이 난다. 

그냥 “괜찮아” 한 마디면 나는 힘을 내고 벌떡 일어날텐데... 


생각 없이 읽다 어느 페이지서부턴가 내가 생각하던 위로가, 격려가 이런 게 아니었던가 싶어졌다. 

그러다 어느 대목에서는 한참을 들여다보고, 또 돌아가서 몇 번을 곱씹어보기도 한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공포감은 저절로 생겨나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야

     

하지만 친구야

공포감이란 놈은 네가 두려워할수록 

그 덩치를 두세 배로 불린다는 사실도 꼭 기억해둬.


공포스러웠다. 그건 생각이었다. 아직 닥쳐오지 않은 미래, 그것도 확률 낮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내가 만들어내고, 내가 덩치를 불렸다. 그 공포감에 못 견딜 즈음 미래는 다가왔다. 공포스런 미래가 아니었다.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는 현재였다. 


내가 백기를 들고 항복할 거라고 기대하지만!

내 두려움에 맞설 준비가 됐어!

넌 어때?

한심하게 도망치려는 건 아니지?


그래. 도망치는 일은 한심하다. 

두려움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두려움에 꽁무니를 빼는 것으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너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해봤어?

한 번도 없다고가엾어라

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 거니?

어서 당장 고백해당장!

누구보다도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만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 거야


정말 생각해봤다. 나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해봤는지. 

내가 자랑스러울 때도 있었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자신감이 생길 때도 있었지만, 글쎄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해보지는 못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 누군가에 대한 사랑은 나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된다. 나는 사랑해왔지만, 이제부터 진짜 사랑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멋지게 도약하지만 가끔은 보기 좋게 떨어져 버릴지도 몰라

그렇다고 내가 울 것 같아천만에

다시 하면 돼!

보라고친구!

멋지게 다리로 착지!

생각보다 나쁘지만은 않네떨어지는 게

너도 떨어지는 중이라고?

그럼 넏 두 다리로 멋지게 착지할 수 있어

내가 하는 것 봤잖아까짓것 ......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쩌다 어떤 높이가 되었든 추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떨어진 자리가 내 자리다. 멋지게 내려가고, 떨어지자. 

까짓것. 툭툭 털고 일어서서 그 자리에서 살아가면 된다. 


고양이에게 이렇게 위로받을 줄은 몰랐다. 



작가의 이전글 고전 읽기 가이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