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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May 04. 2021

현대 사회의 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마르쿠스 가브리엘, 《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세계가 19세기로 회귀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의 ‘국민국가의 부활’은 그 징표로 ‘유럽’은 붕괴하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국가적 ‘의태(擬態)’의 경향과 움직임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유럽을 흉내 냈던 미국이 있었고, 최근에는 중국에서 심각한 의태를 목격할 수 있다. 미국의 시각에서 봐도 미국처럼 보일 정도로. 일본도 그렇다. 도쿄의 거리는 1990년대 맨해튼의 개량화된 모습에 다름 아니다(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이 책이 일본인과의 대담을 통해서 나왔기 때문에 일본을 예로 들었지, 한국이라고 다를 것은 전혀 없다). 유럽은 유럽처럼 보이려는 의태를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보기에 ‘유럽처럼 보이면서 실상은 유럽이 아니다.’


그는 현 세계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다섯 가지의 위기다.

우선 ‘가치의 위기’다. 가치의 위기는 극히 보편적인 인간성을 무시와 관련이 있다. 편견이 일상화되고 있으며, 상대를 선악의 대상으로 인식하여, 친구가 아니라면 제거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민주주의의 위기’다. 그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온다고 주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믿는 것은 무엇이든 자유로이 말할 수 있는 권리로 이해하지만, “자신이 모든 생각을 좋을 대로 표현하는 것과 민주주의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이것이 없어졌으면 좋겠어’라는 사고는 비민주적 사고로 지적한다.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주의다. 여러 논의를 통해서 그는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다양성의 일부로 포용할 수 없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존엄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존업다고 보는 일과 다름없다.”


그는 또한, 당연히 ‘자본주의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그도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위기가 바로 ‘세계화(globalization)’에서 오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표면적인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보호주의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비록 보호주의는 움직임을 멈춘 적 없지만, 최근에는 경제 전쟁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격렬해지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를 탄생시킨 노동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 인정하지만, 노동의 역할 분담이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윤리자본주의, 혹은 ‘공면역주의(Co-immunism)’을 제안하고 있다. 공면역주의란 인간성의 향상이라는 목표를 두고 도덕적 기업과 이익 창출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에 대해 명확한 상이 잡히지 않지만, 이와 더불어 포스트모던 성향을 띠는 통계적인 세계관에 대한 비판은 주목할 만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테크놀로지의 위기’다. 이는 바로 위의 통계적인 세계관에 의해 구축된 인공지능이라든가 ‘GAFA(Google, Apple, Facebook, Amozon의 역자)’가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인공지능이 실재하는 미래는 오지 않으며, 애초에 인공적인 지능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한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네 가지 위기는 결국 ‘표상의 위기’에서 비롯되며, 또한 수렴한다. 이미지를 실재로 혼동하고 있을뿐더러 그 이미지와 우리 사이에 관계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 오는 위기다. 사람들은 이미지에 속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지 자체를 욕망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고 남기기 위해 경험하는 페이스북의 세계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현대 사회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모두 옳을 수는 없을 것이다. 철학자가 모두 절대적으로 옳은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계의 위기에 민감한 철학자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세계가 위기라는 것에서부터 그 위기가 어떤 형태로 오는지, 그리고 그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준다. 비록 그 모든 것에 동의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런 사유에 대한 생각은 세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를 깨닫게 해주며,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삶과 세계에 대해 꿈꾸도록 한다. 그게 없다면 우리는 결국 흐름의 노예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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