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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pr 30. 2021

색(色)은 중요하다!

데이비드 스콧 카스탄, 스티븐 파딩, 《온 컬러》


색에 관한 책은 적지 않다. 미술에 관련된 책이야 당연히 색에 관해 전문적으로 다룰 것이고, 그 밖에도 대표적으로 색에 관한 역사와 인문적 성찰에 관한 미셸 파스투로의 책들도 있다. 검정색, 파랑색, 빨강색 등 특정 색에 관해서 자세히 다룬 책들도 있다. 그러니 색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그 자체로 독특하거나 의미를 갖는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영문학 및 문화학자인 데이비드 스콧 카스탄과 화가인 스티븐 파딩이 함께 쓴 《온 컬러》는 그런 책들 가운데서도 독특한 지점에 서 있는 책으로 보인다.


제목대로 색(色)에 대해서 쓰고 있다.

빨주노초파남보. 이른바 무지개의 색으로 인식하고 있는 색과 검은색, 흰색, 회색을 덧붙여 10가지 색에 대해 이야기한다(무지개의 식을 7개로 본 첫 인물을 뉴턴이다. 그는 성경의 천지창조와 관련된 숫자 7에 맞추기 위해 주황색과 남색을 보았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색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색을 인식하는 보편성과 문화적, 개인별 특수성에 대해서부터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 본격적인 개별 색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색 자체보다는 그 색이 가지는 이미지, 그 색에 대한 태도로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간다. 빨강색에 대해서는 ‘붉은 장미’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색의 실재성에 대해서 논의한다. 노란색에 대한 이야기의 중심이 ‘인종’이라는 것도 대단히 독특하면서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동아시아인을 ‘희다’고 인식했던 서양인들이 자신들과는 다른 살색을 지닌 인종으로 인식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살색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인 역시 유색인종임에도 불구하고, 백인종, 황인종, 흑인종이라는 구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비판적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7이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뉴턴이 억지로 인식하고 끼워 넣었던 남색(indigo)에 관한 장에서는 그 색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된 노동을 강요당했던 노예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화가와 함께 쓴 책이므로 여러 화가와 그림이 등장한다. 특히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린 인상파의 등장에 관한 얘기는 흥미롭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얘기를 하는 장이 바로 ‘보라색(violet)’에 관한 장이라는 점이다. 인상파의 색이 보라색이라는 것은 별로 생각지 않았었다.


그러니까 《온 컬러》는 기본적으로 색에 관한 이야기지만, 색 자체보다는 그 색에 관한 인식과 사용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생각하는 책이다. 이렇게 보면 색에 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해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특정 색에 관해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문화적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특수한 경험이나 인식은, 그게 보편적이기 때문에 또한 재미있으면서도 공감받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꽤 높다. 서론의 제목대로 ‘색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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