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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n 13. 2021

현대를 만든 의자들

이지은, 《오늘의 의자》


《기억의 의자》가 이제는 기억으로 존재하는 과거의 의자에 관한 이야기라면, 《오늘의 의자》는 제목대로 ‘오늘’, 즉 현대의 한 구성 요소로서의 의자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편이나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오브제로서 의자에 관한 것이지만, 《기억의 의자》가 아련하다면, 《오늘의 의자》는 생생하다. 그만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에게 친숙한 의자들, 혹은 그 원형들이 《오늘의 의자》의 의자들이다. 


또 다른 면에서 비교할 수도 있다. 《기억의 의자》가 의자를 만든 장인들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그 이름이 오늘날까지 전해졌든 그렇지 않았든간에), 《오늘의 의자》에서는 의자의 소재에 더 많은 관심을 주고 있다. 물론 그런 의자를 만든 제작자에 관한 신상명세는 더욱 분명해지고, 그에 대한 소개에 게으른 것은 아니지만, 《오늘의 의자》에서는 분명하게 소재가 더 두드러진다. 


역시 다섯 종류의 의자를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는 휨 가공 기법에 질리도록 천착하여 처음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의자인 ‘토네트 14번’이다.. 손쉬운 조립을 통해서 만들 수 있는 토네트 14번이라는 의자는 19세기판 이케아였다.  

   

그 다음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탄생한 바그너의 포스트슈파르카세 의자다. 성공한 건축가였던 오토 바그너는 중년의 나이에 그때까지의 건축 스타일을 일거에 부정하고 ‘모던’을 제창했다. 그에게 ‘동시대성’의 의미했던 ‘모던’은,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했고, 그래서 당시의 취향을 담은 건축물을 설계했다. 바그너는 그 건축에 어울리는 의자도 직접 제작했고, 그 의자가 바로 나무에 알루미늄으로 된 금속 보호대를 덧댄 포스트슈파르카세 의자다.     


마르셀 브로이어는 자전거에서 착안을 하여 강철 파이프로 의자를 만들었다. 마치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바실리 체어는 ‘기계 산업 시대를 형상화한 의자’였다.  

   


결핵 요양원을 지으면서 그곳에 어울리는 의자까지 제작한 알바 알토는 나무, 그것도 합판이라는 소재를 이용했다. 바로 파이미오 암체어라는 것이다. 그는 합판이라는, 지금은 오히려 경시되는 소재를 이용하여 튼튼하고 편리한 의자를 만들어냈다. 이름은 낯설지만 모양만 보면 낯익은 이 의자는 지금도 여기저기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알바 알토가 합판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소재에 천착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윤택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고려였다는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임스 플라스틱 체어는 더 친숙하다. 플라스틱이라는,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된 소재를 이용한 의자다. 이 의자를, 혹은 이 의자의 카피들을 정말로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이 의자의 혁신성과 보편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의 의자만이 아니라, 현재에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의자를 통해서도 사회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이지은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의자에도 거기까지 이르게 된 역사가 면면하다는 것도 보여준다. 어떤 이의 안락한 의자를 찾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편리한 의자, 또 어떤 이는 멋있는 의자, 어떤 이는 값싼 의자를 찾을 수 있다. 그 어떤 의자에도 그 의도가 있고, 그 기능에 맞게 만들고자 한 이들의 노력이 있다. 필요한 장소에 그에 맞는 의자만 놓여 있다면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그 의자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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