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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n 14. 2021

인간은 어쩔 수 없는 멍청이인가?

장프랑수아 마르미옹 엮음, 《바보의 세계》


프랑스의 심리학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장프랑수아 마리미옹이 엮은 《바보의 세계》는 무려 35명의 저자가 참여하고 있다. 역사학자, 심리학자, 고고학자, 경영학자 신경과학자, 중국, 인도 전문가 등이 다양한 저자들은 인류 역사에서의 ‘어리석음’을 증언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인류의 어리석음, 오류에 관한 역사책이 많이 나왔다. 《진실의 흑역사》 같은 책들이 그것인데, 사실 역사는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한 방향 전환이 흔했던 만큼 역사책의 절반은 굳이 그런 제목이나 광고를 달고 나오지 않더라도 오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보의 세계》가 다른 점이라면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역사 속 어리석음을 다루고 있고, 또 그 어리석음이 면면히 이어지는 현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멍청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연선택에 의한 인간의 진화 자체가 오류라는 지적에서 시작한다(스티븐 핑커와의 대담). 신석기 농업 혁명의 시작 자체가 멍청한 선택이었고, 그 이후 지배 계급에의 복종, 전제군주제의 등장, 종교, 그리고 사이코패스라고까지 지적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역사 속 어리석은 인간의 선택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지역을 막론한다. 파라오 시대의 이집트, 인도 신화에서도 멍청이는 등장하고, 당연히 중국 역사에도 수많은 어리석은 자들이 기록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라고 다를 바 없다.


저자들은 역사 속에서 부당한 취급에 대해서도 다룬다. 유럽의 역사에서 야만족에 대한 취급, 여성에 대한 차별, 노예제, 반유대주의 등이 그런 것이다. 다른 책에서는 그런 역사를 오류나 멍청이, 어리석음으로 분류하지 않는데 반해 여기서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반영되었다는 시각이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부당하게 취급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리석지 않고서는 저지를 수 없다는 생각인 셈이다.


당연히 점성술이나 주술, 계몽주의에 대한 폄훼, (지금 지식으로는) 어처구니 없는 의학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고, 전쟁, 어리석은 리더가 어떤 폐해를 끼치는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러한 어리석음이 현대에는 사라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세계화에 대한 시각, 테러리즘, 트랜스휴머니즘의 발흥, 기후 온난화 등을 보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인 듯하다. 장프랑스아 도르티에는 어리석음이 역사의 원동력이었다고 쓰고 있지만(맨 마지막 꼭지의 글이라 거의 결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잘 읽어보면 이 표현 자체가 풍자적이고 자조(自嘲)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어리석음이었냐 하면, ‘앞일을 살피지 않는 무분별’, ‘그릇된 이데올로기‘, ’거대함을 바라는 오만‘, ’과도한 사치 취향‘, ’비극적 열정‘, 이런 것들이다. 이것을 역사 속에서 찾았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앞일을 살피지 않고 무분별하게 일을 저지르며, 여전히 그릇된 이데올로기가 판치고 있으며, 거대한 탑을 세우듯 쓸데 없이 높은 빌딩을 짓고 있으며,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데도 과시를 위해 소비하며, 소문에 의해 선동된다. 우리가 어리석지 않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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