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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n 15. 2021

한국 태생의 노벨화학상 수상자

정승규, 《25가지 질병으로 읽는 세계사》


현직 약사인 정승규의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와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를 무척 잘 읽었었다. 인류가 질병과 싸워오면서 개발해온 약의 이야기와 현대인의 삶을 건강하고 윤택하게 해줄 약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그러나 조곤조곤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런데 그에 비하면 《25가지 질병으로 읽는 세계사》는 다소 실망스러운 책이다. 일단 이 책은 질병에 대해서 많이 다루지 않는다. 25가지 질병이라고 했지만, 아무리 꼽아봐도 여기서 다루는 질병이 25가지가 되지 않는다.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어떤 질병들을 다룰까, 그 질병들이 세계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등등이 궁금할텐데, 그런 궁금증을 별로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다루고 있는 질병들을 꼽아보면 천연두, 납중독, 말라리아, 콜레라, 흑사병, 조울증, 황열병, 결핵, 고혈압, 아편중독, 애디슨병 같은 것들인데, 정작 이 질병들이 중심도 아니다. 질병의 증상도 별로 다루지 않고, 그 질병이 가져온 파급력 같은 것들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자꾸 약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 보면서, 저자가 ‘약사’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렇다고 세계사가 어떤 일관성을 가지고 서술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체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순서이지만, 그 사건이나 상황 등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역사에 대한 서술이라든가 평가가 부정확한 부분이 적지 않고, 또 너무 단정적이다. 어떤 죽음의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하나의 원인만을 지적하고 끝내버리는 경우도 많고, 역사를 해석하는 데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저자가 어떤 일관된 역사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시대에 맞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아놨으나 그냥 모으기만 한 건 아닌지. 이전의 책들에 가졌던 기대 때문인지 많이 실망스럽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는데, 다음과 같은 것이다.

“1987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노르웨이인이 찰스 피더슨(1904~1989)의 아버지는 금광 개발을 위해 평안도 운산에 왔다가 러일 전쟁이 일어나자 부산으로 갔다. 일본인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피더슨의 최종 국적은 미국이지만, 노벨상 홈페이지와 유기화학 전공 서적에는 부산 태생으로 나와 있어서 출생지로 분류하면 한국국적이다.” (197쪽)


찰스 피더슨은 8살까지 우리나라에서 살았고, 그가 노벨화학상을 받은 업적은 크라은 에테르 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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