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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30. 2021

맞아, 내가 인간이지!

마티 조프슨, 《당신이 인간인 이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그냥 보면 아는 그런 존재로서 ‘인간’이 아니라 어떻게 진화해온 존재이고, 어떤 생물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또 어떤 모순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인가? 사실 이런 것에 대해서 설명하는 학문 분야는 정말 많다. 생물학이 있을 것이고, 심리학도 있을 것이며, 사회학도 있다. 역사학도 빠질 수 없을 것이고, 의학도 그럴 것이다. 심지어 물리학이나 화학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할 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인간이 경험하는 시간 감각의 본질이라든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화학적 구성 요소 같은 것은 분명 물리학이나 화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양자생물학이라는 것도 있으니. 그러므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모든 분야에서 인간이 알아낸 것들을 망라해야 한다. 물론 그렇더라도 인간에 대한 앎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마티 조프슨이 ‘인간이 된다는 것(human being)’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한 이 《당신이 인간인 이유》는 매우 흥미로운 정보들을 많이 담고 있다. 특히 최신의 연구 성과를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여실하다. 이를테면,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서라든가(분면 이식을 포함해서), AI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를 비교한 것 등을 보면 이 사람이 최신 연구 조류에 딱 붙어서 잘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그것을 잘 소화하고 있고, 그리고 잘 설명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에 대해서 많은 흥미로운 내용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중 내가 가장 재미있고, 신기하고 읽은 것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우선 <집중해야 한다면, 참아라>인데, 전 영국 총리 캐머런의 사례를 통해서 집중하는 것과 배뇨를 참는 것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소변을 참으면 더 집중하게 된다는 것을 캐머런은 선배 정치가의 전략에서 배워 써먹었다는데, 어떤 연구자는 이에 관한 연구로 이그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효과가 없지는 않다는 것인데 어느 정도까지는 소변을 참으면 정신 집중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는 ‘불쾌한 계곡(uncanny valley)’에 대한 내용이다. 점점 더 가공의 이미지를 접하게 될 때가 많은데, 얼굴 이미지가 진짜 모습과 비슷할수록 쉽게 공감하는 반응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와 매우 근접하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을 때, ‘인간은’ 공감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있다. 바로 그게 ‘불쾌한 계곡’이다. 즉, 어설프게 사람을 흉내 낸 애니메이션에서 역겨운 느낌이 나는 경우가 그렇다.


또 “군중 속에서 살아남기”라는 장 전체의 글은 인간의 행동 양식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다. 군중의 이동 방식이 유체역학과는 다르다는 점(좁은 공간을 더 빨리 빠져나가는, 빠져나가게 하는 ‘과학적’ 팁이 나온다), 현수교가 위험을 느낄 정도로 흔들리는 이유, 줄을 섰을 때 왜 내가 선 줄만 느리게 줄어드는지에 대한 수학적 이유(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또 그걸 그렇게 이성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비행기를 빨리 타는 법(비행기에 빨리 타게 하는 것이 항공사에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를 처음 알았다), 그리고 차도의 ‘유령 정체’에 관해서. 이런 것들은 인간의 생물학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없지만, 엄연히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그리고 다른 동물들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특징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쓰면서 마티 조프슨은 “생물학은 엉망진창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큰 교훈이라고 했다. 그만큼 인간은 복잡하고 반(反) 직관적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매력이 있다. 나는 그렇게 복잡하고 반직관적인 인간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새삼 느꼈다. 그래 내가 바로 인간이구나. 이런 생물학적 조건을 가지고 만들어졌고, 이렇게 살아왔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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