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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31. 2021

AI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홍성원, 《생각하는 기계 vs 생각하지 않는 인간》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서 인간이 IT 기계에 의존하면서 자신의 독자적인 사고 능력을 상실해가는 상황에 대해 경고했다. 벌써 10년 전 일인데,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점점 더 그가 우려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단편적인 지식, 그것도 거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는 채 나도는 지식들을 소비하면서 그것을 정보라고, 자신이 더 똑똑해지고 있다고 여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AI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대와 함께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 몇 년 후에 어떤 직업들이 없어질 거라느니 하는 예측은 그나마 낫다. AI가 인간 세상을 뒤집어엎을 거라는 끔찍한 상상력도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그런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사실 혜안을 가졌다고 하는 이들이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내놓는다. 책의 형태로, 방송에서, 유튜브에서 등등. 어떤 경우엔 공포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또 극단적인 경우엔 별 것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드물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그 사이 어디쯤에 있다. 홍성원의 《생각하는 기계 vs 생각하지 않는 인간》도 그렇다.


‘생각하는 기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제목 자체가 반어적이다. 생각하는 기계라는 것은 우리가 알파고로 친숙해진 AI를 일컫는 것이지만, 이는 또한 AI의 한계를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기계는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뿐. 그리고 생각하지 않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니콜라스 카의 지적처럼 사람들은 점점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AI 시대에 생존하는 방법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생각하는 기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거꾸로 ‘생각하지 않는 기계, 생각하는 기계’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홍성원도 여러 저자들을 인용하며 지적하지만, AI로 인해서 사라지는 것은 직무이지 직업은 아니다. 하나의 직업을 생각했을 때 분명 기계와 AI가 대체할 수 있는 업무가 있다. 하지만 그 직업을 통해서 인간이 하는 일 모두를 기계와 AI가 대체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일자리가 감소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또 그 반면에 기술 혁신을 통하여 새로 생기는 일자리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일자리의 숫자는 적어도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기도 하다. 다만 일자리가 이동할 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온다. AI가 할 수 없는 일자리를 추구해야 하며, 지금의 일자리를 지킨다고 하더라도 AI가 할 수 없는 업무를 만들어내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시하는 것이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지금 시대에 디지털 능력을 향상시켜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고, 그런 조건 하에서 필요한 것이 역설적으로 아날로그로 살아남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생각을 숙성시키고, 책을 읽고,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생각을 즐기는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걸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 변화에 잘 적응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또한 변하지 않고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게 오히려 변해가는 세상에서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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