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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이슬람의 관점에서 쓰면

타밈 안사리,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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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문에서 두 종류의 목차를 비교한다. 하나는 다음과 같다.


1. 문명의 탄생(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2. 고대(그리스와 로마)

3. 암흑 시대(그리스도교의 부상)

4. 부활: 르네상스와 개혁

5. 계몽(탐험과 과학)

6. 혁명(민주주의, 산업, 기술)

7. 민족국가의 부상: 제국을 향한 투쟁

8. 제1, 2차 세계대전

9. 냉전

10.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승리


세부적인 것이야 다를 수 있어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우는 세계사의 목차다.


다른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

2. 이슬람의 탄생

3. 칼리프조: 보편적 통일체를 향하여

4. 분열: 술탄 제국의 시대

5. 재앙: 침략자들과 몽골적

6. 부활: 3대 제국의 시대

7. 서양의 동양 침투

8. 개혁 운동

9. 세속 근대주의자들의 승리

10. 이슬람주의의 반발


낯설기 그지없는 이 세계사 목차는,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이슬람의 관점에서 본 세계사 목차다. 이 목차가 협소한 관점을 지닌 시각에서 작성된 것일까?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그림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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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세력이 미치는 지역의 변화를 표시한 지도다. 7세기부터 시작된 이슬람 세계는 부침이 있었지만 16세기나 지금이나 세계의 작지 않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슬람 세계를 세계사 쓰기에서 한 챕터도 아니고, 한 챕터의 몇 단락으로 축소시키는 것은, 아무리 현대의 주류가 그리스도교에 기반한 유럽-미국이라고 하더라도(이에 대해서 이슬람 쪽에서 긍정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나치게 부당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계사를 읽어왔지만, 진짜 세계사, 온전한 세계사를 접하지는 못해왔던 것이 아닐까?


저자인 타밈 인사리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유서 깊은 이슬람 가문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프가니스탄 남자(카불 대학교의 교수)와 결혼해서 아프가니스탄에 정착한 최초의 미국 여성이라고 한다. 어려서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왔다. 이런 행적은 그가 이슬람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쓰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작업이 그런 배경을 가졌다고 해서 꼭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의 작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오히려 이런 작업은 더욱 필요해졌지만 말이다.


타밈 인사리는 ‘중동’과 같은 말 대신 ‘중간 세계’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슬람의 역사가 펼쳐지는 세계가 지중해권 세계와 중국의 세계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 중간 세계는 사실 그 자체로 충족적이었다. 그랬기에 유럽이나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슬람이 하나의 흐름이 된 시기, 즉 7세기 이후 유럽은 지리멸멸한 채, 기지개를 펴려면 수백 년이 지나야만 했고, 중국은 너무 멀리 있었고, 더욱이 중간에 고원이며 사막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세계가 전부로 알고 살아갈 수 있었다. 당시에는 그럴 자격도 있었다.


저자는 이슬람을 단순한 종교로만 보지 않는다. 그것은 물론 종교였지만, 사회 프로그램이기도 했으며, 또한 문명의 한 형태였다고 본다. 특히 사회 프로그램으로서의 이슬람교를 봤을 때 무함마드 시대 이후로 이슬람교의 흐름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이 적지 않다.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는 무함마드에서 4대 칼리프의 시대로, 우마미야 왕조에서 아바스 왕조로, 튀르크 제국의 등장에서 페르시아 제국과 무굴 제국의 성장, 그리고 서구 세력에 휘둘리는 시대로 이어진다. 이는 새로운 세계사, 또는 또 다른 세계사라기보다는 무시하면 안 되는 세계사의 한 부분이다. 특히 근대 이후 세속 근대주의자와 이슬람 전통주의자 사이의 대립이 서구 제국주의와 관계 속에서 비틀리고, 왜곡되면서 아주 어지러운 모습을 띠는 것을 보면서 현대의 중동(저자가 중간 세계라 부르는) 문제와 종교 간의 갈등, 혹은 민족 간의 갈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현대가 역사의 연장이라는 것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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