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관한 삐딱한, 그렇지만 그럴듯한 시선

오후, 《가장 공적인 연애사》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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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과학, 영화, 믿음에 이어 이번에는 연애다.

이렇게 책의 소재를 한 단어로 나열해 보면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소재 자체가 아니라 그 소재를 바라보는 전복적인 시선이 작가 오후의 책을 달리 보이게 만든다. 전복적인 시선이라고 했지만, 그냥 하는 말로는 삐딱하게 보는 것이다. 그 삐딱함이 읽는 이로 하여금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생각하게 한다.


’공적‘인 연애를 다룬다고 했으니 당연히 작가 오후의 연애담은 아니다. 그러니 상황에 따른 연애 스킬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성(性, sex)에 관한 과학(이 부분은 한참을 들어냈다고 하지만), 그에 관한 역사적인 인식의 변화, 젠더와 관련한 문제, 결혼 제도의 변천과 문제점,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폭넓게 다룬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다고 다음 주 주말에 썸을 타고 있는 이성에게 어떻게 어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팁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여기서 얻은 지식이나 성찰(?)을 풀어놓았다가다는 그 다음 주에는 만나지 못할 지도 모른다(그럴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없진 않다).


그렇다고 은밀한 이야기는 아니다. 역사에 기록된 이야기이고,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이며, 누구나 생각하는 문제다. 폴리아모리 같은 것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충분히 훌륭한 토론거리가 될 만한 소재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내는 것과는 달리 연애의 방식이나 결혼 제도의 미래에 대해서는, 개인의 생각에 대해 큰 제재가 가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런 얘기를 하길 꺼려 한다. 너무 유구하기도 하고, 그 역사만큼이나 감추려고 했던 권력의 역사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 관계가 딱 몇 가지 케이스로 간추려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너무나도 보편적인 이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장(場)은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작가 오후는 용감하다.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연애관이나, 결혼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는 그렇게 특이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을 이렇게 여유롭게 풀어내기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몇 가지에 대해서는 비로소 생각하게 된 것도 있다. 폴리아모리에 대해서는(용어 자체를 처음 접했지만) 불륜이나 난교 정도로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연애의 한 형태로서 서로에게 발전이 된다면(이 전제 조건을 단다는 것 자체가 내가 ’꼰대‘적 시각을 가진 것이란 걸 의미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양보해주었으면 좋겠다) 인정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또한 ’시민결합제도‘는 동성애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서서(실제로 이 비슷한 제도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동성의 커플이 등록하는 비율이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다), 다양한 관계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결혼, 혹은 가족의 형태도 다양할 수 밖에 없기에 우리도 전향적으로 논의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 그동안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작가 오후의 진단처럼 급속도로 감소한 출산율의 문제를 단지 출산 지원, 아동 지원의 문제만으로는 풀 수 없다고 본다. 어쩌면 다양한 가족 제도의 인정, 그것을 통한 사회적 울타리뿐만 아니라 감성적 울타리가 그 문제를 푸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오후 작가의 책은 믿고 읽는다. 그 믿음은 내용의 충실도라든가, 탁월한 문장력 같은 것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내용이 충실하지 못하다던가, 문장력이 떨어진다든가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의 시선과 말이 누구라도 생각하고, 발설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르지만 아주 파격적이지는 않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그럴 수 있다는 정도에 있기 때문이다. 이 연애에 관한 이야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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