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史

정기문의 『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

by ENA

정기문 교수의 『역사는 재미난 이야기라고 믿는 사람들을 위한 역사책』과 『역사를 재미난 이야기로 만든 사람들에 대한 역사책』을 읽고는 다른 책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 손에 먼저 들어온 게 바로 이 책이다.


여기서 ‘식사’란 ‘食事’가 아니라 ‘食史’, 그러니까 먹을 것에 관한 역사란 얘기다. 서양사를 전공한, 그것도 정치사 위주로 공부한 역사학자가 먹을 것에 대한 역사 이야기를 쓴다는 게 조금 어색해 보일 지도 모르지만, 이 역사학자는 꽤 진지하게 먹을 것에 관한 역사에 대해 찾아보고, 생각하고, 그리고 썼다. 사실 역사라는 게 살아가는 일에 관한 기록이고, 살아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먹을 것이 충족되어야 가능한 일이니, 역사학자가 먹을 것에 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사회 저변의 변화에 관한 연구와 관련이 되어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생존과 관련해서, 또 어떤 경우에는 즐기기 위해서, 혹은 부의 축적을 위해서 먹을 것의 역사는 변화를 거듭했고, 또 그것이 역사가 되기도 했다.


역사학자 정기문이 관심을 가진 먹을 것은, 사실 광범위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다 다루겠다고 되지도 않을 용을 쓰진 않은 것이다. 특히 세계사와 관련해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는 것들을 골랐다. 육식, 빵, 포도주, 치즈, 홍차, 커피, 초콜릿이 그것들이다. 그렇게 특이해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포도주라든가, 홍차, 커피, 초콜릿에 관한 것은 먹을 것에 관해서, 혹은 근대 무역에 관해서 쓰는 저자라면 반드시 거쳐가는 관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부분에 관해서는 아주 특별한 느낌을 갖지 못한다. 대신 빵이라든가, 치즈에 관한 역사는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역사여서 그런지 보다 집중이 된다. 사실 빵이라든가 치즈 자체는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라서 그 역사에 관해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다(커피라든가 차와 같은 경우는 그것의 이동이 가져온 파급력에 대한 선지식이 있어서 그런지 늘 마시면서도 어떤 생각을 하게 된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빵의 역사와 치즈의 역사를 보면, 현재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것이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것, 그러나 언제나 변화무쌍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가 있다.


거기에 ‘더 들여다보기’를 통해 올리브를 좋아하는 유럽 남부와 버터를 즐기는 유럽 북부(이 관계는 포도주와 맥주와의 관계와 대응된다)에 대한 얘기는 유럽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이 될 수도 있다.


특별한 주제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렇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게 더군다나 우리가 늘상 접하는, 하지만 우리 안에서 나온 게 아니라 저 물 건너 온 것이라면 그 기원과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걸 쉽게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학자가 그걸 이렇게 소상히 알려주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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