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황현필, 《이순신의 바다》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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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성웅(聖雄)이라 불린다(황현필은 명량대첩 이전에도 영웅이었지만 명량대첩으로 성웅이 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한 것만으로 존경받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격적인 면까지, 그의 삶 모두를 추앙하는 것이다.


그렇게 거의 이견 없이 성웅이라 불리는 이순신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산도대첩에서의 승리, 원균의 모함으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고 백의종군하였다 원균의 참패로 돌아와 열두 척의 배로(실은 13척) 수백 척의 일본 수군을 물리친 명량대첩, 그리고 노량해전의 죽음. 이 정도를 벗어나면 이순신의 삶과 전공을 잘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 않을까?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진부한 것이라 여기고 더이상은 알아보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순신의 경우도 그런 것이 아닐까?


어릴 적 <이순신 십경도>를 보며 이순신의 삶을 배웠다. 황현필의 《이순신의 바다》에서 다시 마주한 <이순신 십경도>는 좀 촌스럽지만 반가웠다. 어느 시기 이후로 이순신의 삶에서 주요한 장면을 그린 그 그림들을 과장이라고 여겼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마주한 이순신의 삶은 그림으로 표현된 것보다도 더 처절했다. 처절함 속에서도 신중했고, 또 과감했다.


황현필은 이순신이 바다에서 이룬 전공들을 하나하나 쫓아가며 전투의 양상과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 이순신 함대의 이동 경로와 전투가 벌어진 장소를 표시하여 전체적인 양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고, 조선의 함대와 일본 수군의 배치를 통해 전투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은 전투에도 신중하게 전력을 다했고, 큰 전투에서는 더없이 용감했던 이순신과 우리 수군의 활약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순신의 활약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통쾌하고, 신났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뭉클한 감정, 안타까움 등으로 변해갔다. 연이은 승전의 끝을 알기에 그랬다. 그래서 더욱 장엄한 이순신의 삶이 되었지만, 안타까움이 덜해지지는 않는다.


이 책은 한 장군의 활약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또 이후 동아시아의 질서를 바꾼 얘기이지만, 이순신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를 보좌했던 휘하의 장군들(물론 반대편에 섰던 이들, 전쟁에서 꽁무니를 내뺀 이들도 있다)과 함께 밖의 상황을 알 수 없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극한의 공포감을 이겨내며 장군의 명령에 죽을 힘을 다해 굳건히 노를 저은 격군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있다. 영웅은 혼자 될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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