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이 강제를 이긴다" - 미국 독립전쟁

로버트 미들코프, 『미국인 이야기 2』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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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의 전야를 다룬 1권에 이어 2권은 보스턴 차 사건에서 1차, 2차 대륙회의, 독립 선언, 그리고 영국과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가장 긴박하면서도 결정적인 시기인 셈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보스턴 차 사건과 독립 선언이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지만(물론 가장 결정적인 사건임은 분명하다), 2권에서 가장 공들여서 쓰고 있는 부분은 대륙군(아메리카군)과 영국군과의 밀고 밀리는 전투 장면들이다. 지리명도 낯설면서 상세한 전투 상황에 대한 묘사는 다소 지리할 정도인데 로버트 미들코프는 아주 끈질기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는 미국의 독립에서 보스턴 차 사건과 같은 극적이고도 일회적인 사건이나 어쩌면 선언적인 독립 선언이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내놓고 시종 밀리면서도 결국은 영국군을 굴복시켜낸 자유와 독립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저자의 관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독립의 과정에서 가장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냥 독립 선언만으로 미국이 독립에 이르지 못했을 텐데 과연 당대 최강국이었던 영국의 군대를 제대로 훈련도 안된 민병대로 이겨냈을까 하는 점이다. 조지 워싱턴이 총지휘관으로 활약을 했고, 그 공으로 초대 대통령까지 지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랬다면 워싱턴은 어떤 놀랄만한 활약으로 영국군을 패퇴시켰을까 하는 게 굉장히 궁금한 점이었다.


그런데 2권에서 서술된 독립의 과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독립 선언에서부터 통일된 의견 없이 대립하기도 했다.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기 전에 영국의 왕에게 보내는 탄원서부터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의 강경한 태도는 식민지의 강경파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나타났고, 결국은 독립 선언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영국군과 대륙군을 보더라도 매우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약점도 분명했다. 대륙군은 그야말로 오합지졸에 가까웠고, 물자 조달도 형편 없었다. 그것 때문에 워싱턴도 매우 고민이 많았고, 좌절했다. 그래서 수도 없이 전투에서 패배를 거듭했다. 그런데 영국군도 고민이 많았다. 영국군에게는 대서양이라는 물리적 거리가 있었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보급과 병력 지원이 더디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었고, 그래서 조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 워싱턴을 비롯한 대륙군은 이를 이용해서 후퇴를 거듭하면서도 전력을 최대한 보전하는 장기전으로 영국군을 괴롭혔다. 그래서 영국군의 지휘관들은 전투에서 훨씬 많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는 자꾸만 불리해지는 것을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직 2권에서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전쟁의 결과는 역사가 기록하고, 모두가 아는 바대로 되었다. 대륙군은 독립과 자유의 대의를 내세웠고, 그게 전쟁의 승리에 기여한 바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로버트 미들코프가 매우 자세하게 묘사한 전투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Glorious Cause”다. “위대한 대의”라고 번역되는 말이다. 이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가 2권에 등장한다. 바로 조지 워싱턴이 쓴 말이다. 젊은 시절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했고 미숙했던 그는(저자는 “실망한 장교, 야심 많은 남자, 명예와 명성을 질투하는 자, 자기 연민에 잘 빠지고 모욕에 민감하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남자, 한마디로 요약하면 덜 성숙한 사람”이었다고 쓰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원숙해지고, 관대해지면서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게 되었다. 대륙군의 지휘가 맡겨지면서 오랫동안 갈고 닦은 내적 강인함과 현명함으로 8년간의 전쟁을 이끌면서 그것을 바로 ‘위대한 대의’라고 불렀다. 말하자면 신의 섭리 내지는 운명, 소명으로 여겼으며, 미국의 독립(아직 그것이 현실화되지 않았음에도)에 대해 애정을 가졌다는 얘기다. 그 과정을 쓰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미국인 이야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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