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가 가장 좋아하는 합법적 고문은 뭘까? 맞는다. 감각 박탈이다. 원초적인 감각은 분명 무척 즐거운 것이지만 강제적인 부재, 즉 감각 박탈은 절대적인 고문이 될 수 있다. ...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후각과 미각, 촉각을 모두 최소화한다. 이렇게 외부 자극을 차단하는 경우 물리적 상처를 남기지 않지만, 이에 따른 심리적 손상은 영구적일 수 있다.” (326쪽)
『왜 맛있을까』에서 ‘맛’에 대한 감각에 집중했던(http://blog.yes24.com/document/10443873) 옥스퍼드대학교의 실험심리학자 찰스 스펜스는 『일상 감각 연구소』에서는 범위를 아주 넓혔다. 우리 일상에서 우리가 접하는 모든 상황에서의 감각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우선 이 책의 원제이자 가장 중심적인 개념인 ‘센스해킹(sensehacking)’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찰스 스펜스는 센스해킹이란, “사회적, 인지적, 정서적 웰빙을 위해 감각의 힘과 감각 자극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니까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의 능력을 이해하고, 이 감각들이 상호작용하여 사람의 감정을 조정하고, 나아가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사실 여기서 ‘웰빙’이라고 한 것은 센스해킹이 삶에 바람직한 영향을 주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램을 투용한 것이긴 하다. 책 내용 중에서도 센스해킹의 결과 별로 바람직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있으며, 위에 인용한 것처럼 감각 박탈과 같은 역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찰스 스펜스가 감각의 조종을 통해 바뀔 수 있는 일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들은 우리의 하루의 이동 경로를 따르고 있다. 일단 집으로 들어선다. 집으로 들어서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정원이 있고(아파트와 같은 경우엔 어떻게 하지?), 다음엔 침실에서 잠을 잔다. 잠을 잔 이후에는 출근을 해야 한다. 직장에서 일을 하고, 퇴근을 한다. 주말에는 쇼핑을 하고(물론 요즘에 온라인 쇼핑이 있다), 종종 병원을 방문한다. 운동을 하고, 혹은 스포츠 경기(중계)를 관람, 혹은 시청한다. 연인을 만나 데이트를 하기도 할 것이다. 찰스 스펜스는 이러한 일상 속에서 감각을 이용하여 감정과 행동을 변화하는 예에 대해 무수히 소개하고 있다.
그가 소개하고 있는 예는 대체로 동료심사(peer review)를 거쳐 학술지에 발표된 것들이며,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분명히 그런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그냥 그렇더라는 일화적인 내용을 전하기보다는 여러모로 입증된 내용을 전하기 위한 방식, 일종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실험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적지 않은 센스해킹의 방식과 내용들을 믿을 수 있다(물론 이른바 ‘재현성 위기’ 때문에 심리학 논문들이 전하는 바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떨어졌지만).
그에 의하면 “모든 것은 감각을 통해 전달된다.” 따라서 감각을 잘 이용하면 더 편안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고, 숙면을 취할 수도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마케터의 경우에는 더 많은 제품을 팔 수도 있으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도 있다(대체로는 마케터에 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운동하는 사람은 센스해킹을 통해 더 좋은 운동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병원에서는 더 좋은 치료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우리는 정말 많은 자극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극이란 우리의 감각을 활성화시킨다. 그런 자극을 의식하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감각의 영향 아래서 살아가기도 한다.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자극-감각’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현대 사회는 더 많고, 더 자극적인 자극으로 가득차 있고, 우리는 더 민감해지거나, 혹은 무뎌진 채로 살아간다. 이런 ‘자극-감각’의 영향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것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나, 음식점이나, 옷가게 점원이나, 쇼호스트나, 프로스포츠 매니저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도 그렇게 감각을 이용하여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며, 또 더 많은 경우 센스해킹의 대상자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해 영악해질 필요가 있으며, 그걸 이 책은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