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의 유체역학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커피 얼룩의 비밀』에서는 다양한 음료에 담긴 유체역학의 원리를 미시적으로 보여주었다면, 두 번째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에서는 좀 더 거시적으로 유체역학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세계에 대해 썼다. 세 번째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에서는 관심을 특히, 생물로 돌렸다. 『커피 얼룩의 비밀』이나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생물에 대해서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생물이 중심이다.
생물을 다룬다는 것은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생물들의 방식, 구조, 행동 등을 살펴본다는 얘기다. 이런 얘기는 결국 진화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데, 송현수는 그 전에 멈춰서, 혹은 거기서 좀더 가서 그 방식, 구조, 행동의 등의 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결국은 그게 유체역학적으로 해석된다는 얘기이지만, 책에서는 유체역학이라는 표현이 이전 책에 비해서는 거의 쓰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물의 무엇을 다루는지 살펴보면,
언제나 부족한 자원이자 생명의 필수 요소인 물 마시는 방법, 또는 수분을 유지하는 방법, 집단 생활의 잇점, 씨앗을 통해서 자손을 퍼뜨리는 다양한 방법의 원리, 식물, 특히 식충식물이 동물들을 잡아먹는 방법, 다양한 동물들이 집을 짓는 방법과 사냥하는 방법, 물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과 공중에서 살아가는 방법. 이런 것들이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을 두 가지만 소개하면,
첫째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이다. 솔직히 말하면 물 마시는 것에 이렇게 고도의 과학이 숨어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우리 인간이라면 컵에 물을 따르고, 손으로 들고 먹으면 된다. 이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데, 만약 우리가 네 발로 걷는 상태이거나, 혹은 손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바닥에 놓인 사발의 물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컵을 들고 먹는 게 이게 정말 희한하고, 또 우아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렇다면 네 발로 걷는 고양이와 개는 어떻게 물을 먹을까? 이것을 과학적으로 탐구한 이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고양이와 개의 물 먹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놀랍다(더 놀라운 것은 논문이 <Science>지에 실렸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이 아닌, 2010년에). 간단히 요약하자면 고양이는 혀를 세워서 끝만 물에 살짝 댔다고 바로 올려 먹고, 개는 긴 혀를 말아서 국자 모양으로 그 안에 물을 담는다. 고양이의 경우, 혀끝에 달라붙은 물이 관성에 의해 끌려 올라오는데, 중력에 의해 떨어지기 전에 빨리 입을 닫는다. 그런데 개의 경우에도 혀를 국자 모양으로 만들어 물을 떠내어 먹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많은 양의 물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물을 찍어 먹는다는 주장도 있다(물론 고양이보다 한번에 마시는 양은 많지만).
이런 내용은 놀라우면서 인간의 진화에 다행스러움을, 감사함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다음으로는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의 사연이다. 아프리카 남서부 나미비아 공화국에 있는 나미브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는 안개가 낀 새벽이면 물구나무를 선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바람에 날려 다니는 작은 물방울들이 등딱지에 부딪히고 그것이 어느 정도 쌓이면 머리 쪽으로 흘러내리게 된다. 딱정벌레는 그렇게 모은 물방울을 먹는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동물의 고투가 저절로 느껴진다. 생명이란 그렇게 엄중한 것이다.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에는 『커피 얼룩의 비밀』나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에 비해서 상당히 말랑말랑하다. 부득이 건너뛰어야 하는 공식도 거의 없고, 설명도 훨씬 친절해졌다. 다만 한 가지. 앞선 책에서 다룬 내용을 그대로 다룬 게 좀 있다. 또 다룰 수는 있지만, 설명의 깊이라도 좀 달라졌으면 어땠을까 싶다. 책 마다 지적질을 하게 되는데, 저자에 대한 응원, 나아가 애정이라 생각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