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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균과 에쉐리히

by ENA

세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알고 있는 세균을 몇 개 대보라고 하면 일단 하나부터 이야기한다. 대장균!


다른 사람들은 대장균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부터 드는지 궁금한데, 나는 이 세균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이 세균이 제일 ‘쎈’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쎈 놈이면 ‘대장’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했던 것이다. 물론 그건 아니다. 대장균의 ‘대장’은 그런 대장(大將)이 아니라 우리 몸속의 대장(大腸)을 의미한다. 당연히 대장에 많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지만, 정작 영어로는 colon bacillus라고 해서, 결장(結腸) 쪽을 가리키고 있다. 어찌 되었든 대장균은 세균 중에 대장이라는 뜻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대장균은 다른 의미에서 세균의 대표쯤은 된다. 인체 내에서 가장 쉽게 발견되는 세균이면서, 가장 먼저 연구된 세균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연구되었고, 가장 많은 게 알려진 세균이 되었다. 대표적인 모델 생물로 생물에 대한 이해가 이 대장균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대장균은 특히 분자생물학의 발달에 커다란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 처음 유전자의 구조 등을 연구하는 데 처음의 연구 수준은 사람의 것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복잡한 생물의 것은 연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세균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때 채택된 세균이 바로 대장균이었다. 오페론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프랑스아 쟈콥은 “대장균에서 맞는 사실은 코끼리에서도 맞는 사실이다”란 말로 대장균의 역할을 웅변했다.


대장균은 보통은 인체 내에서 정상 미생물군총으로 존재하고, 환경에도 널리 존재한다. 이 세균의 존재 자체는 거의 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부 혈청형들은 식중독을 일으키고, 특히 O157:H7과 같은 혈청형의 대장균에 감염되면 심각한 증상을 보이고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독성을 지닌 대장균이 아니더라도 요로감염 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말이다.


대장균의 학명은 Escherichia coli다. 줄여서 E. coli라 쓰고, 보통 ‘이콜라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은 다 알아듣는다. 그만큼 대중적(?)인 세균이란 얘기다. 여기서 coli라는 종명은 결장(colon)에 존재한다는 뜻이고, Escherichia라는 속명은 테오도르 에쉐리히(Theodor Escherich, 1857-1911)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대장균을 처음 발견한 사람, 정확히는 그 존재를 처음으로 기술한 사람이 바로 이 테오도르 에쉐리히다. 에스체리히는 독일-오스트리아의 소아과 의사였으며 그라츠 대학과 빈 대학의 교수였다. 그는 1885년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이 세균을 발견했고 “bacterium coli commune”이라고 불렀다. 이후 1895년에 Migula에 의해서 Bacillus coli로 다시 분류가 되었다가 1919년 에쉐리히의 이름을 따서 Escherichia라는 속명이 만들어지고, 세균은 Escherichia coli로 명명되었다. 이렇게 Escherichia라는 속명을 만들고 이름을 제안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병리학자 알도 카스텔라니(Aldo Castellani)였다. 하지만 바로 그 이름이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고 1958년에 이르러서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이 카스텔라니의 이름이 들어간 병원균도 있는데 세균은 아니고, Acanthamoeba castellanii라고 하는 아메바류의 병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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