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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웃기지 않은 '히히히스토리'

김준혁, 『변방의 역사 1』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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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저런 방송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진 역사학자 김준혁 교수가 김용민 PD와 함께 유튜브에서 방송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제목은 ‘히히히스토리’. 웃음 소리와 ‘히스토리’를 합쳤다는 것은 ‘저자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말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역사를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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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거의 조선 시대만을 훑고 있는 이 책에서 1권에서는 좀 심각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주로 조선이 어려웠던 시기의 임금과 신하들에 관한 얘기라서 그렇게 흘러갈 수 밖에 없다. 한일병탄 소식을 듣고 어찌 이에 맞서 목숨을 끊는 선비가 없을 수 있냐며 절명시를 남기고 자결한 황현에서 시작하여 친일파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다. 임진왜란 시기에 백성들을 두고 도망가기 급급했던 선조, 불순한 의도에서 벌어진 인조 반정, 즉 쿠데타, 말도 안 되는 조직 문화를 가졌던 사헌부 등을 이야기한다. 그가 이러한 얘기를 풀어놓는데, 묘한 것은 그 역사가 오늘의 현실과 겹쳐지기 때문이다. 개혁의 열망을 품었지만 좌절하고만 정조의 이야기도 그렇고, 오로지 명나라만을 바라보며 이에 반대한 세력을 몰살시키고만 사대주의의 역사도 그렇다. 정여립을 비롯하여 윤휴 등과 같은 인재들을 사형시킨 정치 공작은 또 어떤가?


그래서 이 역사 이야기를 읽으며 ‘히히히’하고 웃을 수만 없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 알게 된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글자도 모르는 허수아비 임금으로만 알았던 철종이 개혁 군주를 꿈꾸었다는 것.

김체건, 김광택, 그리고 백동수로 이어진 조선 시대 무사의 계보

사도세자가 기골이 장대해서 보통의 뒤주로는 안 되어 군인들이 쓰는 뒤주를 따로 가져와서 가뒀다는 얘기.

우리나라 유치원의 뿌리가 친일의 역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한 후, 선조에게 훈계조의 상소문을 올리고 홀연히 사라진 곽재우의 신비로운 이야기

등등.


역시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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