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폐렴간균, 혹은 폐간균, 폐막대균 등으로 불리는 클렙시엘라 뉴모니에(Klebsiella pneumoniae)는 그람-음성균에 속하는 세균으로 대장균과 함께 대표적인 장내세균이다. 운동성은 없는 세균이지만 다당류로 되어 있는 협막(capsule)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가장 중요한 병독성의 원인으로 꼽힌다. 환경에도 존재하고, 사람의 장이나 구강인두의 점막에 별 증상 없이 서식한다. 그러다 면역력이 약해지만 몸속으로 침투하여 마수를 드러내는 세균이다. 최근에는 병원 내 감염의 주요 원인균으로 꼽히고 있으며, 항생제 내성도 높아 치료에 골치 썩힌다. 당연히 위험한 세균이다.
이 세균은 1882년 독일의 병리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칼 프리들랜더(Carl Friedlander, 1847-1887)가 처음 폐렴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폐에서 분리했다. Klebsiella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1886년이었다. 이 Klebsiella라는 속명은 독일의 세균학자인 에드윈 클레프스(Edwin Klebs, 1834-1913)를 기려 명명된 것이었다. 사실 클레프스는 이미 1875년 역시 폐렴으로 죽은 환자의 기도에서 이 세균을 관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클레프스는 페렴과 이 세균과의 관련성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몇 년 후 프리들랜더가 폐렴으로 죽은 환자들의 폐에서 이 세균이 항상 분리되는 것을 관찰했고, 이 세균이 폐렴의 원인균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프리들랜더는 1881년 가을, 대엽성 폐렴(lobar pneumonia)로 죽은 여덟 명의 환자의 분비물을 조사했다. 그는 그의 샘플을 몇 년 전 코흐가 개발한 염색법인 아닐린 염료로 염색했고, 이를 통해 세균을 관찰할 수 있었다(논문은 1882년 발표). 그런데 아마도 그건 Klebsiella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폐렴구균(pneumococcus, Streptococcus pneumoniae)였을 가능성이 높다. Klebsiella는 그람-음성, Streptococcus는 그람-양성이라 그람 염색법(Gram staining)을 이용하면 금방 구분되는 균이다. 지금은 세균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간단한 방법인 그람 염색법이 덴마크의 의사 한스 크리스티안 그람(Hans Christian Gram)에 의해 1884년에 가서야 개발되었으니 쉽게 구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그람 염색법에 대해서 얘기해보면, 그람 염색법은 세균의 세포벽에 따라 염료가 탈색 여부가 달라져서 세균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단 세균 시료를 슬라이드에 잘 펴서 놓고 열을 가해서 고정시킨 후, 1차 염료인 크리스탈 바이올렛으로 염색한다. 거기에 이오딘(요오드)를 첨가하는데, 이렇게 하면 크리스탈 바이올렛과 이오딘이 결합하게 된다. 다음에는 알콜이나 아세톤으로 슬라이드를 씻어내는데 이렇게 하면 세균의 세포벽에 결합하지 않은 1차 염료가 씻기고, 반대로 세포벽에 잘 결합한 염료 복합체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이른바 그람-양성균의 경우에는 세포벽이 두꺼워서 염료가 세포벽에 결합한 채로 남아 있지만, 세포벽이 얇은 그람-음성균의 경우에는 염료가 씻겨져 나간다. 마지막으로 붉은색의 샤프라닌을 처리해서 대비 염색을 시키면 1차 염료가 남아 있는 그람-양성균은 보라색, 1차 염료가 씻겨져 나간 그람-음성균이 사프라닌이 염색되어 붉은색을 띠게 된다. 이 방법은 단순히 세균을 잘 보기 위한 염색법을 개발하다 서로 다른 두 가지 특징을 가진 세균을 발견하게 된 것인데, 이 두 그룹이 진화적으로도 뚜렷하게 구분이 되는, 말하자면 자연분류에 해당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많이 쓰이게 된 염색법이다.
그런데 앞에서도 잠깐 얘기했듯이 Klebsiella pneumoniae와 Streptococcus pneumoniae는 모두 폐렴 환자들에서 발견되지만 하나는 그람-음성균이고, 다른 하나는 그람-양성균이기 때문에 그람 염색법으로 쉽게 구분이 가는 세균이며, 요즘에는 헷갈릴 우려가 드문 세균이다. 게다가 하나는 막대 모양(K. pneumoniae 그래서 폐렴간균이다)이고, 다른 하나는 공 모양(S. pneumoniae, 그래서 폐렴구균)이니 그것으로도 구분될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미경을 통해 세균을 관찰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게 또 그렇게 쉬운 건 아니다. 또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