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균에 Klebsiella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누구였을까? 세균의 이름에 관한 공식적인 데이터베이스인 List of Prokaryotic names with Standing in Nomenclature (LPSN)에 따르면 이 세균을 발견한 지 얼마 안 되어 1885년 V. Trevisan이라는 이탈리아 사람이 이 에드윈 클레프스의 이름을 따서 속명을 지은 것으로 나온다. 그가 발표한 논문에는 Klebsiella뿐만 아니라 수막균이나 임질균 등을 포함하는 Neisseria와 같은 속(이 역시 알베르트 네이서(Albert Ludwig Sigesmund Neisser)라는 세균학자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도 함께 기술되어 있는데 아마 그때까지 발표되었지만, 제대로 명명이 되지 않은 여러 세균들을 당시 유명한 세균학자들의 이름을 붙여 정리하려는 의도였던 걸로 보인다.
그러면 이 세균의 이름을 차지한 클레프스는 어떤 인물일까? 파스퇴르나 코흐와 동시대 인물인 그는 근대 병리학의 창시자라 일컬어지는 루돌프 피르호(Rudolf Ludwig Karl Virchow)에게 배웠고, 그의 밑에서 조수로 일하며 연구 경력을 쌓았다. 이후 그는 베른, 뷔르츠부르크, 프라하, 취리히 등에서 병리학 교수 및 학과장을 지냈는데, 그 경력 동안 병리학 및 병리해부 관련 책들을 출판하였다.
취리히에서는 그는 상기도막힘증이 있는 환자의 점막으로부터 세균을 분리하였는데 데프리드리히 뢰플러(Friedrich August Johannes Loffler)이 이 세균이 코흐의 4 원칙(Koch’s four postulates)에 부합하는 것을 밝혀 실제 병원균임을 입증했다. 이 세균이 디프테리아균(Corynebacterium diphtheriae)인데, 그래서 디프테리아균을 Klebs-Loffler bacillus라고 부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결핵, 탄저, 말라리아 연구에도 적지 않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코흐가 병원균에 관한 “4 원칙”를 내놓기 전인 1876년 세균과 질병과의 관계에 관한 4개 기본 조건(독일어로 Grundversuche, 영어로는 fundamental tests)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가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1. 세균은 병을 일으킨다.
2.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3. 질환은 세균에 의해서만 생긴다.
4. 특징을 보이는 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은 역시 뚜렷한 특징을 갖는다.
이것은 그의 세균에 대한 연구 전략 같은 것이었는데, 생물속생설(Dissemination Hypothesis)에 해당하는 두 번째 조건을 제외하고는 오늘날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다. 하지만 당시 세균학에서 연구에 토대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세균병인론(germ theory)가 막 태동하던 시절이란 걸 감안하면 굉장히 명쾌한 생각이었다. 세균학자로서 자신감이 느껴진달까?
에드윈 클레프스
클레프스의 이름은 다른 생물에서도 찾을 수가 있는데, 바로 녹조류의 일종인 Klebsormidium이다. 1972년의 일인데 녹조류에 어떻게 그의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는지는 좀 난데없단 생각도 든다.
세균을 찾아내고, 연구하다 그 세균에 감염되어 죽은 사람이 있고, 그 세균과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세균의 학명에 이름이 남은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