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유안 애슐리는 심장내과 의사로서 개인의 유전체 분석을 임상적으로 적용한 선구적인 연구자이다. 2000년대 초반 인간유전체 사업이 1차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환상적인 미래를 꿈꿨다. 많은 질병의 원인이 밝혀질 것이며 그에 따른 치료법도 조만간 발견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단지 몇 사람의 유전체만으로 그런 기대를 품기에는 너무나도 갈 길이 멀었고, 유전 정보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가면서 회의감을 들기 시작했다. 그럴 즈음에 유안 애슐리가 이끄는 스탠포드대학 팀은 한 개인과 그 가족의의 유전 정보를 분석하여 (심장)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그에 대한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하는 성과를 올린다. 유전체 연구가 헛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에게 도움이 되며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실제로 보여준 사례였다.
유안 애슐리는 이 책을 통해서 그 이후로 유전체 분석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유전체 연구의 미래를 독려하고 있다. ‘1부 의학의 탄생’에서는 자신이 우연한 기회에(물론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동료 교수의 유전체 정보를 통해서 질병의 가능성과 원인을 탐구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가 어떻게 이 장대한 ‘게놈 오디세이’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부 의사 가운을 입은 탐정’에서는 유전체 분석을 통하여 질병의 원인을 찾아가는 방식을 탐정 셜록 홈즈의 방식에 비유하면서 그 예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은 대부분의 질병에 대한 연구 방식이 탐정의 방식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유전체 의학이야말로 탐정의 방식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단서와 단서가 아닌 것들이 널려 있는 현장처럼 유전체에는 질병의 원인과 치료 방법을 알 수 있는 정보들과 그것을 헷갈리게 하는 소음들이 혼잡스럽게 담겨 있다. 유전체 의학은 그런 혼란스러운 정보들로부터 진짜 정보를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유안 애슐리는 바로 그 작업의 예를 여러 희귀병 환자들을 통해서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태어난 첫날부터 여러 차례 심장이 멎었고, 나중에는 심장이 비대해져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희귀하게도 심장에 종양이 생긴(심장은 원래 다 분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종양이 생기기 어렵다) 환자, 유전체를 두 개나 가지고 태어난 아기 환자 등등을 다루고 있는 ‘3부 심장의 우여곡절’에서는 심장내과 의사로서의 정체성이 더 물씬 드러난다. 여기서도 유전체 정보 분석은 치료에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경우도 있다.
마지막 ‘4부 정밀하고도 정확한 의학’은 유전체 의학이 ‘미래 의학(Future Medicine)’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의 유전체를 분석함으로써 질병과 건강한 삶에 대한 정보를 보다 많이 쌓고, 또 새로운 질병 치료법을 도모하고자 하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도 의사로서, 연구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고 있는데, RNA 간섭법을 통한 치료 성공 사례나 이른바 유전자 가위라 부르는 CRISPR 같은 것은 미래 의학에 대한 기대를 들뜨게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부인하고 있지는 않으며 윤리적인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 역시 빼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장애 요소에도 불구하고 미래 의학이 유전체 분석을 통해서 발달할 것에 대해서 그는 낙관적이다.
그가 인용한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을 고르자면 빌 게이츠가 한 말이라는 “사람들은 1년 안에 이룰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10년 뒤 이룰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