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의 위기를 겨우 극복하며 경제가 회복되려는 조짐을 보이는 시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며 세계 경제가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미국의 물가가 8% 가까이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들었고, 이에 따라 대폭적인 금리 인상, 즉 빅 스텝을 넘어서 자이언트 스텝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실물경제의 최고 지략가로 꼽히는 김광석 교수의 『긴축의 시대』는 지금의 상황을 초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긴축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어떻게 이러한 상황이 초래되었는지, 이 상황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그 상황에 따라 우리는 어떤 자세로 경제 활동을 해야할지를 제시하고 있다.
김광석 교수는 현재의 상황을 코로나 팬데믹 위기 이후 보복적 소비 등을 통해 차츰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경제 회복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불균형 회복(divergent recoveries)라는 것인데,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은 함께 겪었지만 회복 속도는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느린 경제 회복 속도는 현재 회복되고 있는 선진국의 경제 회복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렇게 회복되어가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벌어졌으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인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와 식품 공급 위기가 닥쳤고, 보복적 소비와 함께 그 결과로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 것이다.
물가 상승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미국 등이 꺼내든 무기는 당연하게도 금리 인상이다. 금리 인상은 전 세계를 완화의 시대에서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게 했다. 미국 금리 인상은 우리로서 운신의 폭을 무척 좁게 만들고 있다. 주식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게 되었으며, 통화 정책에도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인플레이션이면 긴축 통화정책, 디플레이션이라면 완화적 통화정책을 쓰면 되는데, 지금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어 이쪽도 저쪽도 곤란해져버렸다.
이러한 경제 상황에 따라서 저자는 몇 가지의 경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분명 전 세계 경제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그 회복세가 급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하반기 한국 경제 역시 ‘매우’ 더딘 경기 흐름을 보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 회복도 숫자상으로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경제 주체들이 그것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 가지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데(중립적, 낙관적, 비관적), 이 가운데 어떤 것이 맞을지 자신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경제 상황의 불안정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데킬라 효과(tequila effect)라 하여 신흥국의 경제 위기가 도미노처럼 우리에게까지 미칠 가능성까지 제시하고 있어 더욱 불안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점치고 있다(이 책을 통해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지난 2년간의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전 세계적 현상이었으며, 상승률도 중간쯤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그렇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 관해서는 인플레이션에 투자하라고 권하면서도 박스권 장세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전망하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인데, 판단을 위해서는 변화의 흐름을 잘 읽고,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의 길을 잘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