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화석을 두고 벌어지는 집착과 욕망

페이지 윌리엄스, 《공룡 사냥꾼》

by ENA

공룡 화석을 수집하고 그것을 파는 것을 직업으로 했던 한 사내의 우여곡절사(史). 간단히 얘기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는데, 사실은 그것보다는 훨씬 복잡한 사정이 들어 있다(뭐든 한 권이 책이 되기 위해선 그럴 테지만). 화석을 둘러싸고 학문적 입장에서 접근하는 고생물학자와 상업적 목적에서 접근하는 이들 사이의 갈등, 한 국가의 보물이랄 수 있는 (공룡) 화석의 밀매와 반환에 관한 국제적 갈등 등이 있고, 화석에 푹 빠져 그것을 생계로 삼았다 폭삭 망해버린 한 사내의 불행한 삶도 있으며, 공룡 화석의 밀매를 막고자 나선 한 가난한 나라(여기선 몽골)의 고생물학자의 사명감도 있다. 페이지 윌리엄스는 작은 단서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를 커다랗게 만들었으며, 그걸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합해냈다.


한 가지 대상에 푹 빠져서 법까지 어기게 되는 이들의 이야기는 또 있었다. 수잔 올린의 《난초 도둑》과 커크 월리스 존스의 《깃털 도둑》. 그리고 공룡에 대한 얘기라면 스티브 브루사테의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가 있고, 매슈 보넌의 《뼈, 그리고 척추동물의 진화》도 화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사람들, 화석, 특히 공룡에 푹 빠진 덕후의 이야기이면서, 어쩔 수 없이 과학 이야기인 셈이다.


이야기의 시작점은 2013년 미국에서 벌어진 한 재판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인 티라노사우르스 렉스(T. 렉스)의 가까운 사촌 격이랄 수 있는 타사노사우르스 바타르(T. 바타르) 화석을 둘러싼 소송이었다. 몽골에서 나온 게 분명한 그 화석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반환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그 화석을 구입(도둑질은 아니었다)하여 미국 경매회사를 통해 판매하려 했던 에릭 프로코피라는 ‘공룡 사낭꾼’이 기소되었다. 결국 T. 바타르는 몽골로 돌아갔고, 에릭 프로코피는 그 공룡 화석을 사들이고, 미국으로 운반하고, 또 하나의 온전한 모양으로 만드는 데 든 돈과 노력이 허사가 되고, 6개월 실형까지 받게 되었다. 아내와의 이혼까지.


페이지 윌리엄스는 이 이야기를 단지 에릭 프로코피라는 한 공룡 사냥꾼의 불행한 삶에 집중하지 않는다. 물론 그가 어떻게 화석에 관심을 가지면서 성장했고, 어떻게 아내를 만나고, 어떤 결혼 생활을 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공룡 화석을 취급하여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T. 바타르에 얽히게 되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 사이에는 화석과 공룡이 어떤 과학적 의미가 있는지, 화석 판매 사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진짜 산업이 되었는지, 그리고 몽골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함께 공룡 화석이 그 나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등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의 메시지가 구체적인 것은 아니지만, 읽다보면 독자의 입장도 애매해지는 것을 느낀다. 당연히 몽골의 땅에서 나온 화석의 주인은 몽골이라는 것에 동의하다가도, 에릭 프로코피의 삶을 보면 그가 너무 과하게 비난받고 처벌받았다는 동정심이 든다. 또한 화석을 팔고 사는 문제도 그렇다. 고생물학자들은 화석 사냥꾼들이 돈에 눈이 멀어서 과학적 자산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고 비난한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화석 사냥꾼들은 그들이 아니면 풍화되어 없어질지도 모르는 화석을 발굴하여 인류의 자산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 들인 자신들의 노력은 보상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다. 역시 전적으로 부정해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 매슈 보넌의 《뼈, 그리고 척추동물의 진화》에서처럼 척추동물의 진화에 관해 그처럼 자세히 밝혀진 것도(물론 아직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지만) 화석 사냥꾼들에게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초기 공룡 화석을 연구했던 라이벌 연구자들은 화석 사냥꾼을 고용해서 경쟁했다.


공룡 이야기로도, 한 덕후의 삶에 관한 이야기로도, 공룡 화석이라는 귀중한 자산의 소유권에 관한 국제적 문제에 관한 이야기로도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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