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가면을 쓴다

히가시노 게이고, 《매스커레이드 이브》

by ENA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매스커레이드 호텔》과 《매스커레이드 나이트》 사이에 발표되었지만, 이야기의 순서로 보면 두 소설의 앞 이야기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라플라스의 마녀》가 먼저 나오그 그 앞 이야기인 《마력의 태동》을 나중에 발표한 것과 비슷하다. 엘리트 형사 닛타 고스케와 세심하고 영특한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가 주인공인 “매스커레이드” 시리즈에서 이 둘이 만나기 전, 각자의 이야기다. 나오미는 호텔 손님들의 곤란한 일을 처리하면서 여전히 놀라운 관찰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닛타 형사는 신입 형사로서 패기 넘치게 신선한 추리력으로 범인을 잡아내고 있다(<루키 형사의 등장>에서는 범인을 찾아내지만 잡아 처벌하지는 못한다). 이 둘은 <매스커레이드 이브>(《매스커레이드 이브》는 4편의 단편으로 되어 있고,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마지막 단편이자 표제작이다)에서 접점을 갖는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드디어 합동 작전을 펼치게 되지만, 이러저러한 인연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둘은 그런 인연이 있었다는 것을 모른다. 말하자면 독자만 알고 있는 것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등장인물 위에 바라본다는, 작은 우월감을 선사하고 있는 셈이다.


‘매스커레이드’가 ‘가면’을 의미하듯, 《매스커레이드 호텔》과 《매스커레이드 나이트》는 모두 가면이 소재였다. 호텔에서는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실제 가면을 쓴 사람, 가면 무도회가 배경 인물이자 배경 사건이었다. 《매스커레이드 이브》에서도 단편 4편이 모두 ‘가면’ 이야기다. <가면도 제각각>에서는 유명 프로야구선수에서 방송인으로 거듭난 이도 가면을 쓰고 있으며, 그와 불륜 관계인 여인도 가면을 쓰고 있으며, 매니저로 그 일을 분주하게 처리해야 하는 나오미의 대학 시절 애인도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써야 한다. <가면과 복면>은 사건이라기 보다는 해프닝 같은 이야기인데, 여기서도 등장인물인 신인 작가가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다. <매스커레이드 이브>에서는 교환 살인이라는 방식을 통해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들이 호텔을 매개로 가면을 쓰고 있다.


사실 가면은 누구나 쓰고 있다. 어떻게 민낯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루키 형상의 등장>에서 잠깐 스치듯 등장했다 사라지는 닛타 형사의 애인은 진짜 민낯과 가까 민낯이 있다고까지 한다. 가면을 쓰고도 그게 가면인지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어느 것이 민낯인지, 가면인지 그 구분이 늘 쉬운 것도 아니다. 우리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가면에 충실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가면을 절대 벗기지 말아야 하는 호텔리어와 절대 가면을 벗겨야만 하는 형사라는 직업을 번갈아 보여주며, 그 두 모순의 직업이 함께 활약하는 소설의 밑밥을 깔고 있다. 대체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편보다는 장편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작품은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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