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아버지를 만나 아들

히가시노 게이고,《아들 도키오》

by ENA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몇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베스트셀러 집계에 포함되고 있으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기본적으로 타임 슬립에 기반을 두었다. 추리소설은 논리적인 흐름이 기본이기 때문에 타임 슬림은 추리소설로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하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추리소설이라는 틀을 뛰어넘는 감동적 전개와 결말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공계 출신이자 엔지니어로도 일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이기에 초반에는 상당히 과학적 내용을 소설 속에 많이 담았는데(‘갈릴레오’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서는 그 과학을 넘어서는 설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물론 이 소설은 이미 십수 년 전에 발표된 거긴 하지만). 《라플라스의 마녀》나 《마력의 태동》의 그런 류에 속한다. 그런데 그런 설정을 할 수 있는 것도 과학을 좀 알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과학으로서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고, 그것을 뛰어넘는다면 어떤 효과가 나는지를 기대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들 도키오》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같이 타임 슬립이 이야기의 기반이다.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다.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을 앓고 이제 죽음을 앞둔 아들을 둔 부모가 있다. 아들의 마지막을 앞두고 아버지는 그가 스물세 살 때 이미 아들을 만났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바로 그때로 넘어가고 거의 대부분 그때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구잡이로 살아가는 다쿠미 앞에 한 소년이 나타난다. 그 소년은 다쿠미에게 친척이라고 했지만, 뭔가 미심쩍은 존재였다. 소년(도키오)를 만나자마자 다쿠미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관련한 사건에 휘말리고 그 사건을 해결하고자 오사카로 가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도키오는 다쿠미에게 바른 삶을 살아갈 것을, 아니 그보다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죽음을 앞두고 있다)를 찾아갈 것을, 존재도 모르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가보라고 애원을 한다. 그렇게 온갖 우여곡절 끝에 사건이 해결되고, 다쿠미는 자신의 생부모에 관한 사연을 알게 된다.


당연한 흐름처럼 다쿠미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도키오의 도움으로 사고로부터 벗어난 아내를 만나게 된다. 그후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의 위험을 알면서도 나은 게 바로 도키오였다. 둘은 아들의 죽음을 앞두고서야 그 사연을 다시 기억해낸 것이다. 뭉클한 것은, 아들이 수십 년의 세월을 거슬러 비관적으로 한심하게 살아가는 아버지 앞에 나타나 바른 삶으로 인도한 사연이 아니다. 아들 도키오가 17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살다가 갔지만, 아마도 사랑받으며 살다간 세월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며, 그리고 그런 아들과 보낸 세월을 부모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내 삶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기 때문에, 그 처지에 만족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존재에 대한 사랑, 그게 이 소설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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