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의학사

데이비드 하빌랜드, 《오싹한 의학의 세계사》

by ENA

인류의 대부분의 역사 동안 인체에 대해서도, 질병의 원인에 대해서도 잘 몰랐으니 지금 보면 온갖 어처구니없는 진단과 처방이 있어왔을 것이다. 그것을 과연 ‘의학’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그런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 자체는 흥미롭기도 하고, 또 지금 살아가고 있는 데 대해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또 문득 드는 생각은 지금의 의학도 나중에 보면 어처구니없다 여길 것들이 없지는 않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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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제목이 ‘오싹한 의학’이니 만큼 온갖 기묘한 처방약에, 말도 안 되는 처치, 의학을 빙자한 희대의 살인마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 자극적인 얘기들에 관심을 두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5장의 훌륭한 의사들에 관한 얘기라든가, 그 밖에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진실에 관한 얘기란 생각이 든다. 훌륭한 의사들에는 베살리우스, 제너, 제멜바이스, 조셉 리스터, 존 스노, 로랄린드 프랭클린 등과 같이 잘 알려진 인물들도 있지만, 찰스 드루와 같은 수혈 분야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의사의 죽음에 대한 오해, 기니피그 클럽이라는 실험적인 수술 기법으로 혜택을 받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 여자였지만 죽을 때까지 존경 받는 남성 의사로 살아간 제임스 베리(혹은 마거릿 버클리), 시체에서 지방을 빼서 책상 램프 연료로 쓴 기욤 뒤퓌트랑이라는 의사에 대한 얘기는 좀 색다른 이야기라 더욱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사실 어디선가 읽긴 했으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또 좀 바란다면 좀 더 본격적인 이들의 이야기를 어디서 찾고 싶다).


이 책에서 무언가를 얻는다면 잘못 알려진 것에 대한 교정된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대표적인 것으로 몇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제왕절개(Caesarean Section)이 율리우스 카이사르에서 온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 런던 대화재가 흑사병의 종식과 관련이 없다는 것(당연한 얘기지만), 히틀러가 필로폰에 중독된 이유, 달과 월경주기와의 관련성,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의학에 관련된 과장되거나 잘못 전달되는 것들(클로로포름 묻힌 손수건을 갖다 대면 즉시 정신을 잃는다든가, 심장마비가 올 때의 느낌, 병원에서 사람의 심장박동이 없어지면 늘 나오는 제세동기 같은 것들과 총에 관한 잘못된 얘기들), 우리가 뇌를 10%만 쓴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 혀가 우리 몸에서 가장 강한 근육이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 등등이 그렇다.


이러한 10장에 흩어놓은 118편의 이야기들은 우리의 관심을 끌고, 또 때로는 조금 자극적인 내용들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교훈도 담고 있다. 무엇, 특히 의학에 관해서는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절대 그럴 리 없는 것들을 근거 없이 주장하고, 또 그것을 믿는 게 요즘도 적지 않다. 그저 과거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들만 모아 놓은 책이 아니라 그런 일들이 요즘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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