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유령 이야기나 괴담 같은 걸 귀담아 듣지도 않고, 그런 걸 다룬 TV 프로그램도 잘 보지 않는다. 믿지 않기 때문이다. 곽재식 교수가 나왔던 <심야괴담회>라는 프로그램은 한두 번 스쳐가면서 본 기억은 있지만 자세히 보지는 않았다. 아마 그때 처음 곽재식 교수를 처음 알았던 것 같기도 하다. 뭘 하는 양반이지, 하고 찾아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괴담 전문가(?)라고 하는데, 잠깐 본 TV에서 하는 일은 괴담을 파괴하는 일이었다. 서문에도 썼듯이, 그래서 ‘괴담 파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했다. 나는 그걸 믿지 않아 관심을 갖지 않는데, 곽재식 교수는 그런 이야기에 무척 관심을 가지면서 그게 어떻게 벌어진 일이고, 또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곰곰이 따진다는 얘기다.
이 책은 괴담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무척이나 재미있는 책이다. 일단 유령, 귀신 등과 같은 괴담을 한두 가지 소개하면서, 야! 이런 일도 있다! 이런 식으로 쓰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기록, 외국의 여러 사례와 함께 주변의 경험담 등을 잘 분류하고 섞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런 경험과 현상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애쓰고 있다. 사람의 기억이 오류를 일으키거나 흔한 심리적 현상 때문에 전혀 엉뚱한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든가, 폐교 등에서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가 나는 것은 아마도 딱따구리 소리일 가능성이 크고, 독서실에서 엉뚱하게 볼펜 소리가 나는 것은 방아벌레가 그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 도깨비집에서 유령을 보는 것은 어쩌면 일산화탄소 때문일 수 있으며, 곰팡이 독서 때문에 환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귀신도 그렇고, 저승에서 걸려오는 전화 같은 것도 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악령이 깃든 인형은 열팽창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일 수 있으며, 파레이돌레리아라고 부르는 현상을 통해 우리가 엉뚱한 사물에서 의미를 갖는 형상을 찾기도 한다. 발표 편향 역시 우리가 이상한 것을 믿게 되는 데 일조한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걸 해결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여기서 진짜 화학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데, 클로로프로마진이라는 조현병에 대한 약, 멜라토닌이라는 수면제, 클로로퀸이라는 말라리아약, 위양성이라는 통계학적 방법, EDTA로 수은 중독을 치료하는 법, 백신도 악령을 물리치는 중요한 도구다.
그렇다고 곽재식 교수는 나처럼 유령 이야기나 괴담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무시하는 게 아니다.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고, 당대의 사회, 현재 사람들의 경향을 파악하는 데 재미있고 중요한 도구가 될 뿐 아니라, 그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서 더한 신비를 느끼는 것이다. 무시하지 않으면서 설명하는 것. 그게 그의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