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기획에 관해서는 꽤 오래전에 들었다. 다윈 탄생 200주년이 2009년이었고, 그해에 최재천 교수는 세계의 다윈주의들과의 인터뷰를 하고 다녔다. 그게 벌써 십여 년 전인 셈이다. 이제야 책이 나온 것이 다소는 의아하지만, 이제라도 출판되어 읽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 여긴다.
열두 명의 ‘유명’ 다윈주의자들을 만났다(에드워드 윌슨이 빠진 것은 못내 아쉽다. 그가 빠진 사정에 대해서는 <맺음말>에 담고 있다). 이 열두 명 가운데는 우리 독서 시장에서도 매우 비중 있는 이들이 많다. 리처드 도킨스는 말할 것도 없고, 스티븐 핑커, 대니얼 데닛, 스티브 존스, 매트 리들리, 마이클 셔머, 제임스 왓슨과 같은 이들이다. 독서 시장이라고 했지만, 리처드 도킨스나 제임스 왓슨과 같은 이들은 영향력이 그저 책 읽는 사람에게만 미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들의 책을 다 읽어봤고, 그밖에도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헬레나 크로닌, 재닛 브라운의 책도 읽었다. 식물학 전공인 피터 크레인과 영장류학자 마쓰자와 데쓰로만 문자로 접하지 못했던 이들이다(책 뒤에 붙어 “더 읽을거리”를 보면 이 둘의 경우엔 단 한 개만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피터 크레인의 경우엔 ‘근간’의 딱지가 붙어 있다). 그러니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이들의 생각을 떠올리며 공감하고, 반박할 만한 기본적인 바탕은 되어 있는 셈이라 자부해 본다.
최재천 교수도 사람들이 어찌 생각할지 몰라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이 책이 비전문가가 전문가에게 묻는 형식의 인터뷰는 아니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재천 교수가 ‘저명한’ 다윈주의자이고,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었으니 이 인터뷰들이 통상의 인터뷰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최재천 교수가 공감하며 배우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자신의 의견을 확인하고, 혹은 반박도 하며 상대방의 전투력을 높이려는 태도가 엿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또한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은(에드워드 윌슨의 경우도 포함해서) 다윈주의자들도 자주 언급하면고 있어서, 단지 열두 명의 다윈주의자의 생각을 듣는다기보다는 최재천 교수 자신을 포함한 현대 다윈주의자들의 생각의 폭넓은 지평을 살펴보는 느낌이 든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움을 느끼는 경우는 동일한 질문이나 사항에 대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펼치는 부분을 발견할 때다. 특히 종교관에 대한 부분이 그러한데, 최재천 교수가 자주 자신의 종교적 상황을 변명처럼, 혹은 얘기의 화두처럼 꺼내고 있는 것은 조금은 지겹기는 해도 이에 대한 반응들이 서로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이 문제가 많은 다윈주의자들의 주장과 의견을 들어야 하는 문제인가 하는 의문은 들지만, 그만큼 종교와 과학의 관계는 첨예하면서 논쟁적이고,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거의 모두 종교를 갖지 않고 있다는 것만큼은 일치하는데, 최재천 교수는 지금도 교회를 다니고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또한 이 책에서 역시 흥미로운 부분은 다윈주의자들 사이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최재천 교수가 스티브 제이 굴드를 못마땅해하는 것은 너무 노골적이다 싶어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을 정도다(약간은 내비친다). 빌 해밀턴을 둘러싼 여러 인연들, 제임스 왓슨과 에드워드 윌슨이 서로 으르렁대며 싸웠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둘도 없는 절친이 되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이렇게 보면 중요한 진화에 관한 내용, 다윈에 관한 내용보다는 소소한 사람 관계에 더 집중한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다만 사람 사이의 관계가 제일 재미 있을 뿐이다.
최재천 교수는 인터뷰의 마지막마다 여기의 열두 다윈주의자들에게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다윈은 왜 중요한가?” 사실 이 인터뷰들의 의도상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원래는 마이클 셔머의 질문이었던 이 질문에 대해 다윈주의자들은 다윈의 역사적 의미와 관련하여 답하기도 하고, 현대적 계승을 중시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춰 답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피터 그랜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었다”고 하고, 헬레나 크로은 다섯 가지로 나누어 장황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녀가 말한 것 중 생명의 영역을 과학의 범주를 끌어들였다는 내용은 스티브 존스가 “생물의 과학을 발명했다”는 말고 연결된다. 리처드 도킨스는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공한 사람이라는 답변을 하고 있으며, 피터 크레인은 진화론적 사고를 모든 학문에 적용할 수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은 답변은 대니얼 데닛의 것인데, 그는 “다윈은 탄소 원자와 포도당 분자가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사람이었습니다.”라고 하고 있다. 역시 철학자!
아마도 이 인터뷰를 2009년이 아니라 그 10년 후에 했다면 여기에 있는 이들을 다 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사정은 역시 <맺음말>에 담고 있는데, 사람의 인생사가 그렇듯 과학자들의 인생사도 언제나 평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