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와 2부로 나눈 이 책에서 1부는 18세기 이후 대분기가 일어난 원인, 즉 왜 북서유럽에서 근대 경제 성장이 일어난 이유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을 검토하고 있고, 2부에서는 그 이론들을 통합하여 저자들의 생각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1부에서도 각 이론들이 타당한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2부에서도 다른 연구자들의 이론을 자주 인용하고 있으므로 분명한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1부에서는 일반적인 이론을 다루고 있다면, 2부에서는 영국에서 비롯한 산업혁명에 의한 부의 증대가 서부유럽으로, 미국으로, 그리고 일본으로, 동아시아로, 결국은 중국으로 이어진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저자들은 검토하고 있는, ‘근대 경제 성장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은 지리, 제도, 문화, 인구 변동, 식민주의다. 일단 각각의 이론은 대표하는 저자가 있다. 지리와 관련해서는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가, 제도와 관련해서는 노스와 토머스, 문화와 관련해서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중심에 있다. 인구 변동과 관련한 논의에서는 맬서스의 이론이, 식민주의에 관해서는 마르크스가 그 시원을 두고 있다. 이렇게 굵직굵직하고, 오랫동안 버티고 서 있는 이론가들의 이론이 있지만, 저자들은 이들뿐 아니라 최근 많은 연구자들의 저서를 최대한 많이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각 이론이 설명하고 있는 바와 그렇지 못한 것을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리는 분명히 국가가 서로 다른 경제적 성과를 내도록 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것의 답이 될 수 없다. 만약 지리가 그토록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면 우리의 운명은 지리적 변화가 결정된 이후,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을 것이며, 사람이 능동적인 면을 인정할 여지를 제한하게 된다. 제도와 관련해서는 법치를 지탱하고 소유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사회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결국은 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동일한 제도가 지역마다 다르게 작동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즉, 민주적 제도가 어느 지역에서는 성공적으로 작동하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도 있으며, 민주적 제도 없이도 경제적 성장을 이루는 국가도 있다. 식민화와 관련해서도, 식민화가 근대 세계를 만드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일부 유럽 국가에 거대한 부를 안겨주었고, 과거 식민 국가들은 지금도 그 여파를 받고 있다), 식민화를 경험한 나라 중에서도 어떤 국가는 경제적 번영을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추가로 필요하다.
저자들은 이러한 경제적 번영의 원인에 관한 여러 이론들을 검토한 후, 경제적 번영을 선도한 국가와 추격한 국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앞서의 이론들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질문은 왜 다른 곳도 아닌 영국을 위시한 북서유럽이 어느 시점 이후에 지중해를 낀 남유럽을 제치고, 이슬람의 중동을 제치고, 중국을 제치고 경제 성장의 주인공이 되었느냐는 것이다. 이에 관한 명확한 답을 하기 위해서 저자들은 “왜 유럽은 서로마 제국이 몰락한 뒤 수백 년간 유라시아의 다른 지역들보다 뒤처졌을까?”, “유럽에서 ‘위대한 풍요’의 무대가 마련되는 19세기 이전 200~300년 동안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왜 북서유럽이 처음으로 근대적 경제성장을 이룬걸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자들은 제도의 중요성을 우선시하고 있다. 제도야말로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제도는 아무것도 없는 진공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지리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영국의 경제 성장의 바탕이 된 제한된 권력 지형이라든가, 의회제도 등이 나타나게 된 원인도 영국이 위치한 지리적 이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 역시 제도 발전과 밀접한 상호 작용을 한다. 이 지점에서 조지프 헨릭이 『위어드』에서 밝힌 중세 이후 기독교회가 남긴 유산, 즉 친족 집단의 해체가 낳은 문화적 변화를 만나게 된다. 물론 이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요인이 제도와 관련되어 있지만 말이다. 요약하자면 다른 곳도 아닌 영국에서, 그 시점에 산업혁명이 일어난 원인으로 제한적인 통치구조, 거대한 국내 경제 규모, 대서양 경제에 대한 접근성, 폭넓은 기반의 고숙련 기계 노동자의 존재 등이 바로 영국에 모두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음으로는 독일을 비롯한 북서유럽의 추격, 미국의 발전 등을 다루고 있으며, 일본이 어떤 이점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었으며, 그다음으로는 동아시아의 네 호랑이, 즉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의 발전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끝으로는 중국이 어떻게 단시간에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모두 다른 원인을 제시하면서도 결국엔 하나로 모아진다고 볼 수 있다. 앞선 국가들의 본보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본보기가 그 지역, 그 국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때 비로소 경제 성장을 가져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보편성보다는 특수성을 말하는 것 같고, 또 뒤집어 보면 그 특수성이야말로 보편성의 한 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세상은 부유해졌다. 사실 많은 책이 이런 점보다는 부의 불평등을 강조하지만, 이 책은 바로 이 점. 세상이 분명히 부유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도 아직도 극빈 상태에 있는 10억 인구를 언급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추세로 보았을 때 그런 극빈 인구는 급속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다만 한 가지 드는 의문, 혹은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있다. 그런 사하라 남쪽의 국가들, 라틴아메리카의 일부 국가들,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에서 극빈 상태의 탈출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현재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걸어온 길이 비슷한 듯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인데, 과연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없는 셈이다. 무척 흥미롭게 읽었으면서도 끝내 찜찜한 기분을 남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