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주는 지도책

제임스 체셔・올리버 우버티,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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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책』은 우리가 막연히 느끼거나, 예상하던 것을 시각화했을 때의 효과와 힘을 보여준다. 단지 땅이 모습이 그려진 ‘지도’가 아니라 그 지도 위에 덧붙여진 많은 정보들과 나이팅게일이 거의 처음 선보였던 ‘장미 도표’와 같은 도표들은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이게 했을 때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더 많은 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알려준다.


그러니까 여기서의 ‘지도책’이란 정보 혹은 데이터다. 그 정보나 데이터는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할 수 있다. 미국 독립 시기의 인구 조사처럼 일일이 찾아다니며 고생고생 끝에 얻어진 정보일 수도 있고, 요즘처럼 휴대폰의 사용량이나 페이스북의 정보일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정보나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그걸 시각화했을 때의 효과를 보여주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인공위성에서 찍은 불빛을 통해 각 국가와 지역의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다(남한과 북한의 극적인 대비!).


예상했던 것이든, 예상치 못했던 것이든 원의 크기와 색깔의 짙고 옅음으로 표시된 각종 지도와 그래픽들은 그 내용이 어떻든 아름답다. 그런데 이 아름다움을 한 꺼풀 벗겨보면 안타까운 진실이 드러나기도 하고, 실용적인 지식을 추출해낼 수 있기도 하다. 혹은 진실이 왜곡되어 드러나기도 하며, 선택된 지침이 우리의 사고를 흔들리게도 한다. 무엇을 지도로 만들 것인지, 또 지도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정치적인 행위이며, 또 중요한 것이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지도와 그래픽 자체가 아니라 무언가를 하는, 실질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지도의 힘은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이들의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다. 존 K. 라이트의 글, “해도 없이는 항해할 수 없지만, 달랑 해도만 가지고 항해할 수 잇는 것은 아니다. 키와 키잡이도 필요하다.”를 저자들이 인용한 이유다.


예상했던 데이터를 만나는 경우가 많고(그런 경우 그것을 뚜렷하게 시각회하고, 또 증명해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 가끔은 예상 외의 데이터를 만나기도 한다. 그 예상 외의 데이터 중 하나는 남녀의 불공평한 노동량을 보여주는 그래픽인데, 각국의 여성들이 무급 노동시간이 남성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다. 가장 평등하다는 스웨덴에서도 여성의 무급 노동시간은 남성에 비해 많다. 그런데 의외인 것이 여성 무급 노동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짧은 국가가 바로 한국이라는 점이다(3시간 35분). 이 데이터를 악용할 이도 분명히 있을 터이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더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한국의 남성 무급 노동시간도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라는 점이다(최저는 일본이다. 40분).


아주 아름답고, 아주 훌륭한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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