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었다. 모든 것에 화학이 있다는 걸(물론 모든 것에 물리학이 있고, 또 생물학도 있다). 문제는 그 화학을 알아차리느냐는 것이고, 또 그걸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는 것이다. 화학자라도 다 알 수 있고, 늘 잘 설명할 수 있지는 않다는 걸 잘 안다(생물학을 전공한 내가 모든 것에 깃들인 생물학을 다 잘 알지도 못하고, 아는 것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듯이). 데이비드 보더니스(『시크릿 하우스』)라면 능숙하게 해낼 일인데, 그걸 다른 화학자는 얼마만큼 할까?
케이트 비버도프의 『모든 것에 화학이 있다』는 아마도 대학 교양강의의 강의록을 바탕으로 한 듯한데, 화학의 기초를 바탕으로 “여기, 저기, 모든 곳에 있는 화학”을 맛갈나게 보여주고 있다. 이 모든 것에 있는 화학을 알아나가기 전에 4시간이나 화학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고역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 무사히 넘어간다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세상은 무척이나 신기하면서 유익하다. 그리고 그 4시간의 화학 수업도 뭐, 따지고 보면 고등학교 화학 수업 수준이니까 조금만 인내심을 갖는다면,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시험도 보지 않으니 어느 정도는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 “여기, 저기, 모든 곳”이란 아침 식사, 운동, 외출 준비, 해변, 부엌, 청소, 술집, 침실을 말한다. 금방 알 수 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의 거의 모든 상황을 다루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는 각 상황마다 조금씩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음식물로부터 에너지를 얻게 되는지를 설명한다. 일어나자마자, 혹은 식사를 한 후에 마시게 되는 커피에 대해서는 로스팅의 과학을 이야기한다. 반면 해변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수영복의 소재를 이야기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이야기한다. 소재가 다양하고, 또 방식이 다양한 것은 그대로 화학이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데이비드 보더니스 급을 생각한 건 조금 과한 욕심이었을까? 아니면 똘똘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나의 짐작에 불과하긴 하지만)이라서 그런 것일까? 생활 속의 화학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생활인의 수준을 좀 높게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4시간의 화학 치초 강의을 충실히 이수했다는 전제 하에서 그런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자의 위트가 화학자의 의무감에 좀 밀리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화학이 있고, 그 화학을 잘 몰랐을 때보다 알았을 때 선택에 기준이 생기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만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