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 《과학을 기다리는 시간》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 올해도 여지없이 나왔다. 아홉 번째다. 첫 번째 《과학 한 잔 하실래요?》가 2012년에 나왔고, 나는 2번째인 《사이언스 소믈리에》부터 이번 아홉 번째까지 꾸준히 구입해서 읽었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당연히 최신의 과학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멀어야 1년 전 쯤의 칼럼이고, 그 칼럼이 다루는 과학 논문도 그 언저리의 것들이다. 그러니 이 한 권으로 다양한 분야의 과학이 어떤 것에 주목하고 있고(대개는 저자의 주목이긴 하지만), 또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것도 다를 바는 없다. 그런데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 다름 아닌 ‘코로나-19’다. 과학 칼럼니스트가 이것을 지나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코로나-19에 대한 글들을 맨 앞으로 옮겨 놓았다(아마도 편집 단계에서 그러했을 것이다). Part 1의 ‘바이러스의 습격’이라고 모아놓았는데, 여기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작년 초에 역시 떠들썩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글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하루가 다르게 그 위세를 달리 하고, 또 뉴스의 종류와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책에 담긴 칼럼은 이미 지난 얘기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바이러스의 특징과 초기에 밝혀진 임상 양상, 그리고 원래 에볼라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되었다가 코로나-19에 쓰이게 된 랩데시비르의 치료 원리 등은 가치가 있고, 읽을 만하지만, 겨우 몇 달 만에 그런 내용들은 오래된 지식이 되어 버린 듯 한 것이다. 아마도 이 팬데믹 상황이 어느 정도 종료되고 난 후에 다시 정리하는 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지금 시중에 마구 나오는 전염병에 관한 책, 코로나-19에 관한 책들은 그 시의성은 인정하지만, 어느 정도나 충실한 내용이 담겼는지 조금 의심스럽다).
그래도 과학칼럼니스트 강석기는 성실하다. 물리학, 천문학, 화학, 생명과학, 의학 등등의 분야를 망라하고 과학 논문을 이해하고, 우리가 처한 상황과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아쉬움보다는 이 한 권으로 또 다시 한 해 동안의 과학의 흐름을 일별할 수 있다는 만족감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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