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 《저도 의학은 어렵습니다만》
예병일 교수의 《저도 의학은 어렵습니다만》는 당연히 2편까지 나온 이정모 관장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의 제목을 따온 책이다. 그러니까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의 성공에 기댔다고도 할 수 있다(궁금한 예병일 교수가 이 제목을 달가워했을까 하는 것이다).
기초의학을 전공한(지금은 의학교육학 교실 소속이지만) 기초의학자의 입장에서 의학과 과학을 분명하게 나눌 수 있을까 싶지만, 용케도 이 책을 읽다보면 과학과는 다른 의학의 관점을 보게 된다. 3장의 <현대 의학을 만든 발명과 발견, 그리고 사건>도 분명히 다른 데서 읽으면 과학 이야기인데, 여기서는 분명 의학 이야기가 되어 있다.
책은 모두 의사(임상의는 아니지만), 또는 의학자 내지는 의과대학 교수의 입장에서 본 의학 이야기란 점에서 일관적이다. 하지만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단절적이다. 1장은 의학자로서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본 단상(斷想)의 느낌이 강하다.
2장은 제목 그대로 ‘의사가 되는 과정’에 대해서 쓰고 있다. 의과대학 교육에 대해서,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가는 단계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어쩌면 잘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잘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 내용이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통과한 의사가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가 되는 과정만 있는 것이 아니란 걸 강조한 것은 참 마음에 든다.
3장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의학사다. 이 부분은 다른 부분과는 좀더 많이 이질적이라 따로 떼어내어 본격적으로 써서 새로운 책으로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4장은 2장의 연장으로 읽힌다. 2장이 의사가 되는 교육 과정을 다루었다면, 4장은 그 의사가 활동하는 공간과 영역에 대해 쓰고 있다. 여기서는 특히 예병일 교수의 사회적 발언이 다른 데서보다 분명하다. 의료비 지출 증가에 관해, 건강보험에 관해, 의료기관 민영화에 관한 의견들이다.
마지막 장은 “의학의 미래”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미래’라고 하는 게 원래 참신해야 하는데, 오히려 좀 뻔한 얘기란 느낌이 든다. 인문학을 가미한 의학이라든가, AI에 기초한 원격의료, 맞춤 의학, 유전자 치료 등등은 여기가 아니더라도 많이 듣던 얘기이고, 또 특별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도 않다. 어쩌면 미래는 뻔할 수도 있고, 또는 너무 흐릿해서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둘 다일 수도 있고. 너무 변화무쌍한 미래라 뻔한 예측만 내놓을 수 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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