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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n 19. 2020

전염의 시대, 연대의 미래

파올로 조르다노,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COVID-19가 확산되면서 이와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바이러스에 관한 책부터 이 사태의 문명사적 의미까지 고민하는 책까지스펙트럼도 다양하다어느 것부터 집어 들어야 할지 모를 정도다그래도 나는 과학에 더 많은 것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이기도 하고이 상황의 경제적사회적문명사적 의미에 대해서 쓰고 있는 책들은 조금 날림이 없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다.

 

그 와중에 이탈리아 소설가 파올로 조르다노가 쓴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를 집어 들었다많은 책 중에 왜 이 책부터 읽게 되었는지는 큰 이유는 없으나그의 이력이 한 몫을 한 것은 사실이다그는 젊으며(1982년생), 전공이 입자물리학이다그것으로 박사학위까지 받고서 소설가가 되었다무언가 생각하는 게 다를 것이란 느낌이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초기부터 COVID-19가 급속히 확산되어 의료체계가 붕괴되고많은 사망자가 나온 나라다이탈리아에서 봉쇄령 이후에 파올로 조르다노는 글을 쓰면서 공백기를 보내기로 했다”. 현실을 직시하면서도그 현실의 의미를 보다 깊이 고민한다.

 

이 짧은 책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공백기의 단상(斷想)일 수 밖에 없지만적지 않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우선 하루하루 변해가는 숫자의 의미(다시 말하면 확진자와 완치자그리고 사망자 수)를 달리 보게 된다그는 SIR 모델과 R0 값에 주목한다. SIR에서도 특히 S, susceptible, 즉 감염가능자가 주목 대상이다그건 면역력을 획득하지 않은감염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바로 지구인 75억 명 전부이다(현재는일부 완치자를 제외한). R0 값은 한 사람이 전파시키는 사람의 숫자를 의미한다이 값이 1을 넘어서는 것은 감염자 수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니까 우리는 이 값을 미만으로 내려야 하는데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연대의식이다우리는 따로 떨어져 살아가는 섬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의미 있는 것은우리가 섬처럼 살아가자는 것이 아니라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연대하면서 살아가자는 것이다나부터 조심하면서 남을 이해하는 마음이 바로 S의 의미를 고민하고, R0 값을 낮추는 일이다.

 

그런데 또 다시 주목해야 하는 것이 있다그것은 숫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리라는 것이다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나왔느냐는 단순한 산수보다는 그 숫자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리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우리가 숫자를 넘어서는 사람들 사이의 연대 의식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어쨌던 우리는 섬이 아니며 서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자칫 이 사태가 종식되고 이후 더 삭막한 세상을 맞닥뜨리면 우리의 상실감은 더해질 것이다그런 시대는 지금보다 더 우울하고절망스러울 것이다그런 시대를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전염의 시대에 연대감 부재는 무엇보다도 상상력의 결여에서 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상상력을 발휘하여 이 시대에 연대를 강화하면서 전염의 시대를 뚫고 갈 지혜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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