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세상을 바꾼다!

제인 맥고니걸, 『게임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by ENA

게임을 즐기지 않는 내가 게임에 대해 조금 관점을 달리 하게 된 것은 4년 전쯤 최재붕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를 읽고서였다. 밤마다 게임에 몰두하는 아들 녀석에게 잔소리가 덜해진 것도 그때부터였다(물론 가끔씩 조금씩 자제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넌지시 얘기하기는 했지만). 게임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던 것에서 ‘0’은 최소 한두 개 더 붙여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게임과 연결되고 파생되는 많은 사회 현상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래도 ‘경제적 가치’에 더 중점을 둔 깨달음이었고, 젊은층에 대한 이해의 차원이었다.


그런데 제인 맥고니걸의 『게임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완전히 또 다른 게임의 긍정적 기능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래연구소에서 게임에 관한 연구를 한 제인 맥고니걸은 자신의 연구와 게임 개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이 인간 사회를 어떻게 변모시킬 수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분석은 게임이야말로 오래전부터 인간 사회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고, 현재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도구라는 것이다. 게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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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맥고니걸이 얘기하는 게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컴퓨터 혹은 휴대폰을 이용한 인터넷 게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많은 경우 컴퓨터와 휴대폰을 매개로 하고, 또 역시 많은 경우 인터넷 게임을 예로 들고는 있지만, 그녀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게임은 사회에서 서로 교류하고, 평가를 통해 승부를 겨루며, 결과에 대해 피드백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은 책의 2부 <게임, 현실을 혁신시키다>에서 두드러진다. 즉, 허드렛일을 하는 것을 게임화 한다든가, 묘지에서 카드 게임을 응용한 신체 게임을 한다든가, 박물관 참여 게임을 한다든가 하는 것들을 모두 게임의 한 부류로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포함시켜 분석했을 때 게임의 긍정적 측면이 더 부각되며 게임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그녀가 14장에 걸쳐 게임이 현실을 바로잡고, 게이머, 혹은 플레이어에게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것을 다양한 게임과 예를 통해서 탐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발견한 게임의 긍정적 측면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게임은 본질상 불필요한 장애물을 설정하는데, 게임을 통해서 그런 장애물에 맞설 수 있는 호기심과 용기를 주며,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게 한다.

활동의 증대를 통해 낙관적 생각을 가지게 하므로 고도의 긍정적 감각을 활성화한다.

게임은 명확한 목표를 지니고 있으며 행동적 절차를 통해 생생한 결과를 보여주므로 높은 생산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달성 가능한 목표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되므로 성공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된다.

사회적 연결성을 증진시키며,

커다란 규모의 게임을 통해(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장대한(epic) 규모의 경험을 할 수 있다.

대체 현실 게임을 통해서는 현실 도피가 아니라 참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의미 있는 보상을 받기 위해서 노력한다. 또한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에 두려움을 떨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하며, 행복한 삶에 대한 과학적 권고를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크라우드소싱 게임을 통해서는 현실 문제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실제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냄으로써 장대한 승리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을 통해서 합력하고, 합의하여, 합작하는 능력을 키울 있다.

예측 게임을 통해서는 긴 안목으로, 생태적 관점에서 생각하며, 전 지구적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어떤가? 이만하면 게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그럴 듯하지 않은가? 게임을 골방에 쭈그려 앉아 눈이 벌게지도록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수단, 혹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는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너무 긍정적인 측면만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런 면이 없지 않다. 이게 게임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모든 것에는 명(明)이 있으면 암(暗)이 있듯이, 게임을 너무 어둡고 부정적인 측면만 바라보고 이를 규제하는 데만 몰두해서도 안되지만, 너무 긍정적인 것만 바라보는 것도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저자는 셀리그만의 긍정 심리학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는데, 긍정 심리학이 말 그대로 긍정적 측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기 때문에 게임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근거 역시 너무 편향적인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게임을 폭넓게 보고, 또 그것의 긍정적인 측면을 살리려고 한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게임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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