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읽고 비판하는 책읽기

미치코 가쿠타니의 『서평가의 독서법』

by ENA

<뉴욕타임즈>에서 서평을 담당했던 미치코 가쿠타니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 대한 글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오래가는 고전은 그것이 쓰이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수십 년 또는 수세기를 가로지르며 묘하게 오늘날 우리의 경험과 세계를 예견한다.”


서평집은 늘 고민의 대상이다. 책을 좋아하니 책에 관한 책에 관심이 없을 수 없지만,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한 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읽지 않은 책이 훨씬 많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건 외국 책이든, 국내 책이든 구분이 없다. 그런데 겨우(!) 20권 정도만 내 독서 이력 범위에 들어 있는 책을 포함하는 이 서평집은(사실 이 정도를 포함한다는 게 나는 솔직히 으쓱해진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한 글도 거의 위화감 없이 읽을 수 있다. 그 이유는 그녀가 쓴 글이 비록 책에 관한 거이지만, 책을 통해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99편 꼭지의 서평을 담은 이 책에는 소설이 많고, 시집도 몇 권 있으며, 회고록과 정치, 혹은 외교 평론집, 심지어 과학에 관한 책까지도 포함한다. 다양한 관심사에 성실한 독서가인 미치코 가쿠타니는, 그러나 집요하게 ‘과거’와 ‘현실’을 연결한다. 미치코 가쿠타니는 서평을 통해서 집요하게 현실에 접근하고 있으며, 강력하게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그게 최근의 책이든, 아주 오랜 과거의 책이든.


비록 거의 모든 글에서 가장 힘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미국’이고,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 이후의 미국이지만(이름에서는 일본인이 아닐까 싶지만, 이민 3세쯤 되는 그녀는 완전히 미국적 가치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결국은 그게 ‘21세기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크게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따라가게 되는데, 사실은 그가 집요하게 비판하고 있는, 트럼프로 대표되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그녀가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 관한 글에서 옮겨 본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고전의 가치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책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훌륭한 문학작품이란 먼지투성이의 오래된 고전이 아니라 인간이 씨름해야 할 문제를 다루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작품이었다. 우리가 신, 자연, 운명과 갖는 관계, 그리고 인간 이해의 원대한 가능성과 엄연한 한계에 대한 본질적 문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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